한국일보

엎지른 코코아

2014-01-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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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

▶ 전윤재 / 주부

아이가 킨더가든을 다닐 때 학교 행사로 아이들이 양로원에 캐롤을 부르러 간 일이 있었다. 무대를 마치고 양로원에서 아이들 간식으로 쿠키와 코코아를 준비해주셨고 아이들은 카펫 바닥에 앉아 간식 먹을 준비를 했다.

‘저 코코아, 엎지르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코코아를 엎지르기 시작했고, 행사에 따라간 학부모들은 바닥에 흘린 코코아를 닦을 휴지를 나눠주느라 분주해졌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코코아를 엎지른 아이들 모습이었다. 당황하는 모습 하나 없이 마치 코코아를 엎지르는 것이야말로 보통의 다섯살 꼬마들이 당연히 하는 일이기라도 한 듯 아이들은 받아든 휴지로 태연히 카펫을 쓱쓱 닦아낼 뿐이었다.


살다보면 물을 엎지르는 가벼운 실수부터 생각하기도 싫은 굵직한 실수까지 다양한 실수를 하게 된다. 해가 바뀌고 한 살 더 먹었지만 앞으로도 나는 실수를 항상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면 새해에는 저 다섯살 아이들처럼 실수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또 이미 벌어져 돌이킬 수 없는 실수에 집중하며 괴로워하기보다는, 이를 책임지고 감당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간은 결국 실수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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