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낮아지는 한해

2014-01-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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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의견

▶ 김영란 / 수필가

또 다른 한 해를 선물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리고 이 새해도 아름다운 삶을 장식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시길 기도해본다. 지난 한해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복잡하고 분주한 삶을 살다가도 언젠가는 모두 모은 재물과 명예, 권세 등 모든 유산을 고스란히 내려놓고 빈부귀천 할 것 없이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그러나 미련한 사람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재물에 욕심을 부리고 자만과 교만, 아집의 보따리를 살아온 연륜만큼 무겁게 끌고 다니다가 한 가지도 소유하지 못한 채 관 속에 누워있는 자신을 보며 조문객들이 슬퍼하는지, 아쉬워하는지, 원망을 하는지, 욕을 하는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죽을 때는 나이와 상관없이, 예고도 없이 눈을 감으면 영원한 세계로 가기 때문에 아무도 이 찰나적인 진실 앞에서는 모두 유구무언일 뿐이다.

이 새해에는 진정 우리 모두 겸손한 자세로 낮아지는 연습을 하며 가슴을 열고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아 그동안 가족과 형제자매, 그리고 이웃에도 꼭꼭 걸어 잠갔던 무딘 양심의 자물통을 부셔버리고 자아를 깨트려 새롭게 태어났으면 좋겠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시간과 물질, 정이 듬뿍 담긴 미소를 아낌없이 나누는 새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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