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래도 노을은 아름다운 것

2014-01-22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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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우 버크, VA

진통제에 취하여 눈감고 그냥 나왔단다
어린 시절 이곳저곳에서 생일을 꼽았다
여름에는 풍성한 햇볕으로 심장과 과육을 둥글게 굴려
사과 덩어리를 탐스레 여물게 했다

혼기를 놓칠세라 그 입술에 빨간 루즈를 발랐다
그러나 눈발이 피해 갈리 없었다
눈밭에 발자국이 어지럽게 돋아날 때
가슴속에서 서로의 뜨거운 심장을 꺼내어
간절이 교환했던 우리
다시는 꺼내 보일 수 없는 풋사과의 향기
뱃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그 파도
행복은 불행으로 역방향으로 멀어져 간 지 오래다

이제 우리는 모두가 떠나고 뼈대만 남아
계단에 주저 앉아있다
나도 청춘이 있었던가
저 계단 밑에 버려진 불충실
후회에 떠밀리고 북풍에 목이 메
고된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이 세상에 없는 청춘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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