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물락 스킨십

2014-01-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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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의견

▶ 김미정 / 샌프란시스코

우리 형제는 어렸을 때 서로의 귀를 조물락거리면서 자랐다. 결혼하고 내 가정이 생기니 그 버릇 어디 가나. 나는 우리 식구들을 조물락거리며 산다.

아빠 배 위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엄마 품 안에서 밥을 먹으며 자란 큰애가 동생을 처음 본 그 날, 두 살밖에 안 먹은 그 조그만 녀석이 조막만한 동생을 보면서 너무나 조심스러운 손으로 아기의 머리를, 귀를, 손가락을 만져보고 펴보더니 꼭 안아주었다. 그렇게 조물락 스킨십을 많이 하며 자라서인지 둘이는 싸움 한번 한 적 없이 절친한 친구로 자라고 있다.

이런 조물락 스킨십으로 우리 가족은 건강하다. 훌쩍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정 많은 아이들은 아직도 별의 별 이야기를 우리와 다 나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 친구들과의 관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참 많이 웃는다.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함께 노래하며 춤을 추고, 슬픈 영화를 보며 함께 눈물짓는다.


가족이라서, 친한 친구라서 표현을 안 해도 알아 주겠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인 것 같다. 가까운 사이만큼 애증이 공존하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사랑은 확인하지 않으면 무뎌지고 고마움도 표현을 안 하면 어느 순간부터 오해가 자란다.

우리 아이들이 언젠가 자신의 가정을 갖게 되면 자기 식구들을 조물락거리며 살기를 바란다. 와이프를 푼수처럼 많이 사랑하고, 아이들을 무릎 위에 올려 키우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나누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재미있고 풍성한 가정을 갖길 진심으로 바란다. 부끄러워 말고 사랑한다, 고맙다 매일 고백하며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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