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료품점을 26년간 운영하고, 2000년 은퇴했다. 사람들은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일한 사람은 못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만큼 그 직업이 힘들다는 얘기다. 그곳에서 일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손님 가운데는 아장아장 걷는 아기 손잡고 상점에 들어와 장을 보는 엄마들도 많다. 그러다보니 미국 엄마들이 자기 아기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눈 여겨 보게 됐다. 당시 내 아이들도 그렇게 어렸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내가 조그만 캔디들을 빽에 넣어 아기 손에 들려주면 엄마들은 “아가야, 땡큐 해야지(Say, Thank you!)”라고 가르친다. 아이들이 어렸을때부터 땡큐(Thank you)와 익스큐즈 미(Excuse me)를 잘 쓰도록 가르친다.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 우리 한인들은 언제나 그 말을 자연스럽게 쓸까라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몇 년 전 일이다. 어느 성악가의 독창회에 가 본 적이 있다. 1부가 끝나고 휴식시간이 되어 화장실에 갔더니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긴 줄에 빼곡했다. 사람들이 손 씻으려 사람들 사이를 뚫고 가려기에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자리를 내 주었다. 그러니 쉽게 내 앞을 들락날락하며 여러 사람이 지나갔지만 “실례합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인사 받으려고 한 일도 아니지만 어쩐지 입맛이 씁쓸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이 자연스레 잘 쓰는 말을 어른인 우리가 못한다니… 물론 미국인 이상으로 자연스럽게 잘 쓰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모든 것이 자유스럽다고 하지만 에티켓 교육, 공중도덕 준수는 철저히 가르치는 것 같다. 어머니로부터 어릴 때 받은 교육은 평생을 가는 법이다.
이번에는 다른 얘기다. 한국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느낀 점이다. 일하는 점원들이 도대체 인사를 할 줄 모른다. 간혹 인사를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주 보기 드물다. 손님이 물건을 카운터위에 올려놓으면, “안녕하세요?” 한 마디 없이 손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손님이 돈을 지불하면 물건을 쭈욱 밀어버리고, 그 다음 손님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물건부터 잡아당기며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하는 일이 태반이다. 돈을 내면서도 아주 불쾌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그 상점 사장에게 그런 점을 얘기하고 좀 훈련을 잘 시키라고 얘기하니 “늘 훈련을 시키는데도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한다. “한 번에 안 되면 두 번, 세 번 해서라도 훈련을 시키는 것이 좋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인사를 받아서 맛이 아니라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
서로서로 다른 사람을 배려해 줄때 그 사회가 좀 더 밝아질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을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겠는가? 나의 가까운 주변부터, 나부터라도 한 가지씩 좋은 것을 배워서 그것을 실천해 보자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혼자 생각만 하고 있으면 무엇 하나? 입만 꾹 다물고 있다고 해서 모든 일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말을 해야 상대방에게 뜻이 전달된다. 우리가 이 땅에 잘 살려고 왔으니 좋은 것은 배우고, 몸에 익히고, 나쁜 것은 고쳐가며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때 우리 앞날이 밝아지리라 생각한다. 영어공부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인사법을 몸에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땡큐(Thank you!)와 익스큐즈 미(Excuse me), 참으로 간단하며 아름다운 표현이다. 한 마디라도 자꾸 표현해서 나의 것으로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