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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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고민이 있다

2014-01-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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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훈 / LA

얼마 전에 DVD로 본 러시아 영화에는 내몽고의 초원에서 자유롭게 양떼와 더불어 행복하게 유목민 생활을 하는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데 이 친구가 중국의 한 가구 2자녀(중국인은 한 가구 1자녀) 정책 때문에 산아제한을 하려고 콘돔을 사오라는 마누라의 말을 그대로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로 고민하다가 그 지역 라마승에게 자기의 고민 상담을 하러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고민을 들은 라마승의 답변이 걸작이다. “당신도 고민이 있지만 사실 나도 고민이 있다. 그리고 신도 고민이 있다. 그러니 일단 우리 같이 엎드려 기도 해봅시다.” 답변을 못 얻은 주인공은 그래도 고맙다고 달랑 사과 한 개를 놓고 절을 나온다.

정말 맞는 말 같다. 절에서 열심히 도를 닦고 있는 스님도 겉으로는 거룩하고 안 그런 것 같아 보여도 속으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고민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신이라고 아무 문제가 없고 고민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이 세상에 71억도 넘는 그 많은 사람들이 각자 고민을 다 상담해 오면 신인들 어찌 다 감당할 수가 있을까 싶다.


전에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초빙 목사님이 한 말씀이 생각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걱정이나 고민 등 문제가 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하셨다. 그 사람이 부자이던 대통령이던 유명한 운동선수이든 인기 있는 배우이던 겉으로는 다 화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저마다 크고 작은 걱정과 고민을 적어도 하나 이상씩은 다 갖고 있다고 한다. 다만 죽어서 땅속에 누워있는 사람만 아무 걱정이 없다.

그러니 우리가 숨 쉬고 살아있는 동안에는 늘 걱정도 고민도 함께 한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할 것 같다. 이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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