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로 미국 동북부에 비상사태가 선포됐었다. 미국의 혹한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자 한국에서도 안부 전화가 쇄도했다. 그런 전화를 받으면 “그건 북동부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방학을 맞아 인디애나에서 온 조카가 LA에 놀러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꼭두새벽같이 일어나 공항에 데려다주고 왔는데 세 시간이 지나도 아직 산호세 공항이란다. 동부에서 비행기가 오지 못해 승무원이 부족했고, 그래서 비행기가 뜨지 못해 세 시간동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동부의 눈폭풍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인디애나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시카고를 거쳐 가는데 시카고가 눈폭풍으로 항공기 이착륙이 무더기로 취소되면서 조카는 두 번이나 비행기 스케줄이 취소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물론 나도 여러 번 공항을 오가는 수고를 소리도 없이 해야 했다.
우리의 삶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멀미가 나게 공항으로 운전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한 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