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면당하는 교학사 역사교과서

2014-01-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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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박명구 / 자영업

애국을 기치로 내세우며 안보장사를 적극적으로 펼친 전략이 그 동안 잘 먹혀왔다. 일반 국민들은 국가의 이익과 보수우익세력의 이익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채 보수정권과 보수언론의 교묘한 선전술에 빠져들어 보수 세력의 이익과 집권을 위해 충성하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애국이라 믿었다.

이념과 체제 자체가 다른 북한 독재정권을 적극 활용하여 보수 세력의 반민주적, 반국가적, 반민중적, 반통일적 행태를 비판하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으려는 진보세력들의 행동을 북의 적화통일에 일조하는 매국행위로 몰아 부치고, 자신들의 정당한 권익을 찾기 위해 법에 보장된 노조활동을 하고 쟁의행위를 하는 노조마저 이유 불문하고 빨갱이로 몰아 부쳐도 그것이 우리사회의 기강을 바로잡는 올바른 통치행위라 믿게 만들었다.

해방 이후 미 군정의 도움으로 친일에서 우익으로 옷을 바꿔 입고 기사회생하여 집권에 성공한 보수 우익세력들에게 친일이라는 낙인은 두고두고 그들을 괴롭히는 약점이었다. 6.25전쟁의 참상을 겪은 국민들의 트라우마와 안보를 교묘히 활용하여 계속적으로 그 기득권을 유지해 왔지만 말이다.


특히 지극히 사적인 이익에만 집착하였던 이명박 정권과는 달리 이념전쟁을 가치전쟁으로 둔갑시켜 보수 세력들의 장기집권을 획책하려는 박근혜 정권에게 친일행적이 있는 독재자 아버지에 대한 비판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독재행위가 경제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일이었다거나, 아예 국가발전의 영웅으로 만들려는 노력들, 그리고 일제의 식민통치가 조선의 근대화에 일조했다는 일본 우익들의 사관을 도입한 역사교과서를 발행한 것이 그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발간되었지만 전국 수천 개 고교 중 애초에 채택한 곳은 몇 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거의 모든 학교가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반발로 채택을 취소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권은 무리한 역사왜곡과 독재미화, 그리고 이를 활용한 또 다른 독재 통치는 결국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서 자각해야 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박근혜정권의 지지율은 민심의 반영이다. 진심으로 아버지가 걸었던 그 길을 딸이 그대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여러 사람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는 있으나 여러 사람을 지속적으로 속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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