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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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잃은 정부

2014-01-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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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이영묵 / 수필가

나에게 한국에 A라는 친구가 있다. 건실한 기업체를 운영하다가 이제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주고 유유자적하고 있다. 그런데 그를 만날 때마다 새삼 느끼고 발견하는 것이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이 친구 재산이 보통 많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기업체 운영만으로는 이렇게 많은 부를 쌓을 수 없는 것 같은데 어찌 그 많은 부를 쌓았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이 친구가 빙긋이 웃으면서 “정부를 철저히 안 믿었기 때문에 돈 좀 모았지”했다. 내가 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니 그의 설명이 이러했다.

첫 번째가 외환이 변동 환율이 아니고 고정 환율제일 때였다고 한다. 느닷없이 경제 부총리가 누구의 질문을 받은 것도 아닌데 ‘환율인상은 절대 없다’라고 말한 것을 신문지상에 보았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수출 현황, 외환보유고, 국제 원유가 등을 관찰해 본 후 ‘환율 인상은 절대 없다는 말은 앞으로 2~3개월 내에 환율 인상이 절대 있다는 뜻’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래서 달러로 사들이는 원료자재를 잔뜩 사들이고, 원가 계산상 잘해야 본전치기 같은 주문을 주위에서는 받을까 말까 머뭇거릴 때 자기는 잔뜩 받았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3개월 후 이 친구는 재료 수입에서 원가 계산상 3분의1 이상 이익을 보았고 또 넘쳐나는 주문에서 큰 재미를 봤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IMF 사태 직전 부총리의 우리나라 기초 경제구조가 탄탄하다는 느닷없는 발표였다. 친구는 이 발표를 듣고 위기를 직감했으며 재산을 정리해 달러를 사들여 큰 돈을 벌고 가격이 폭락한 빌딩들도 사들여 거부가 됐다는 것이다. 친구는 좀 황당하지만 한 마디로 말해 정부를 절대로 안 믿은 것이 오늘의 부를 이룬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내가 이 친구를 떠올린 것은 한국의 철도파업을 보면서 답답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코레일 사장과 주무 장관, 총리는 절대 철도민영화는 없다고 하지만 철도 노조는 절대 믿을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나는 코레일이 왜 자회사를 만들었는지, 민영화가 좋은지 나쁜지 등 현재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를 평가할 능력도 없고, 흥미도 없다. 다만 정부를 절대로 안 믿고 반대로만 행동해서 돈을 번 내 친구 같은 사례는 이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국민들이 정부의 발표를 믿고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정부를 믿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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