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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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용서

2014-01-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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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시인

인간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힘든 것이 둘이 있다. 하나는 화해요 다른 하나는 용서다. 화해보다 높은 차원이 용서다. 성서에 보면 예수께서 ‘예물을 제단에 드리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 들을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고 하셨다. 형제의 고귀함과 용서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시는 말씀이다.

문호 세익스피어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라고 정의 하였지만 인간들의 지나친 욕망과 얕은 지식과, 도를 넘는 허욕으로 같은 인간을 잔혹하게 학대하는 중대한 죄악을 수시로 저지르고 있다. 그들에게는 회개가 없고 용서와 반성과 눈물이 없다.

스웨덴의 화학자이자 사업가인 알프레드 노벨은 산업발전에 기여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였으나 이것이 군사적으로 이용되어 숱한 생명들이 희생되는 것에 충격을 받아 그의 유산의 94퍼센트인 440만 달러를 출연하여 1895년 11월27일 노벨상을 만들었다. 1901년부터 다른 상들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수여되지만 유독 노벨 평화상 만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여되고 있다.


물리. 문학. 화학. 생물학상 등은 당대의 전문가들에게 수여되지만 노벨상의 꽃인 평화상만큼은 그 나라 민족의 자유화를 위하여 생을 바친 인물이나 세계평화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최고로 명예로운 상이다. 노벨상의 특징은 오직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수여된다. 아무리 위대한 업적의 소유자라도 고인에게 수여된 일은 없다. 수상자들은 하나같이 핍박의 상징이요. 고난의 제왕이며, 독재자와 부정부패, 그리고 불의에 항쟁한 명장들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는 1918년 7월18일에 태어나서 2013년 12월5일 95세를 일기로 타계 할 때까지 그 삶이 고난과 영광이 교차되는 삶이었다. 백인들로부터 27년간 옥고를 치렀고 흑백투쟁의 공로로 1993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으며 1994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에 당선되어 살아있는 영웅으로 대접을 받았다. 그의 추도식에는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에 참석한 70개국의 사절단을 넘어서는 91개국 정상들이 참석하여 애도하였다. 그는 ‘자유를 위한 먼 여정.’이란 자서전을 남기고 그가 사랑하는 고향 쿠누 동산에 안장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24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서 갖은 옥고와 박해를 넘어 1998년 제15대 대통령에 당선되어 2000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이 있고, 그는 신 군부에 의하여 조작된 김대중 내란음모사건도 모두 용서했다. 폴란드의 정치인이요, 자유노조 지도자인 레흐 바웬사는 그의 노조투쟁의 공로로 1983년 노벨평화상을 받고 1990년 제 2대 대통령에 당선되어 평생의 한을 풀었다. 그리고 1945년생인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여사는 군부독재와의 피나는 투쟁의 공로로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들은 하나같이 일생을 자유와 평화를 위한 민족해방과 조국민주화를 위하여 그들의 삶을 통째로 바친 분들이다. 200년의 긴 영국통치에서 인도국인들을 구출하려고 일생을 조국에 바친 마하트마 간디의 ‘나는 인도인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던 고귀한 염원, 자신의 부귀영화를 버리고 아프리카 가봉 랑바레네 오지로 건너가서 일생을 봉사한 알버트 슈바이쳐 박사의 숭고한 삶, 병들고 가난한 아이들의 피고름을 입으로 빨아주던 테레사 수녀의 철저한 희생정신, ‘나라가 없고서 민족이 있을 수 없고 민족이 천대받을 때 혼자만이 영광을 누릴 수 없다’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애국정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화해와 용서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이웃을 위해 바친 분들의 희생정신 위에 핀 꽃이다. 갑오년이 밝아오는 이 때 우리 모두는 넬슨 만델라, 후광 김대중, 레흐 바웬사, 아웅산 수치가 보여준 화해와 용서의 선물을 가슴에 가득 안고 형제와 이웃 간에 맺혔던 아픔을 화해와 용서로 풀고 새해를 기쁘게 맞이하자. 행복은 우리 모두의 기쁨이요. 바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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