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흠 없는 구슬

2013-12-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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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윤재 / 주부

완벽은 흠이 없는 구슬을 뜻한다고 한다. 나는 흠이 없는 구슬처럼 살고 싶었다. 첫째인 나는 동생들에게 본이 되고 싶었고, 경쟁에서는 일등을 하고 싶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많았으면 했다. 날씬하고 싶었고 똑똑하고 싶었으며 돈도 많이 벌고 싶었고 명성과 명예도 가지고 싶었고 완벽한 가족도 이루고 싶었다. 완벽하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단히 노력했고 또 노력했다.

하지만 노력 끝에 내가 마주해야만 했던 것은 재미가 없고 특별하지 않고 힘이 들고, 심지어는 완벽에서 자꾸만 멀어져가는 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하지 못해 실수하느니 그 일을 싫어하는 쪽을 택했고, 불확실한 재미를 택하느니 확실한 지루함을 택했고, 일을 분담하여 결과를 장담 못하게 되는 위험을 감수하느니 나 혼자 고생하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완벽해져야 한다는 생각의 바닥에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완벽을 좇으며 살게 되면 자연히 내 본연의 모습은 후미진 곳으로 미뤄둔 채 타인의 기준에 내 모습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쏟게 된다. 문제는 이런 노력이 계속 될수록 생긴 대로 살 수 없으니 삶은 힘들어지고 나는 우울해진다는 데 있다.


구슬은 구슬이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흠 없고 완벽하게 제작되면 그로써 족하다. 하지만 나는 사람이다. 완벽한 모습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원래의 내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만들어낸 모습이라면 온전한 만족을 할 수 없는 존재다.

정말 내게 필요했던 것은 흠 없는 구슬이 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실수를 반복하고 흠투성이지만 내 모습 그대로 살아보려고 하는 용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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