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토크에 딩동 하며 새로운 메시지가 뜬다. 다섯 명이 초대된 방을 보니 그동안 연락 못하고 지낸 어릴 적 친구들이 다 들어있다. 반가운 마음에 저녁준비도 팽개치고 앉아서 나이도 잊고 어린아이들처럼 방가방가를 연발한다. 대학에 다니는 아이에서부터 여섯 살 늦둥이까지 두고 있는 우리는 카카오 토크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한국과 미국이란 공간차이를 넘어서 함께 회상의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20년, 그리고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로 돌아간다.
오래된 빛바래고 촌스러운 사진들이 오가고 누군가의 아내이고 엄마임을 잠시 접어두고는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너와 나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렇게 살았었노라고, 함께 고민하고 아파하고 행복했었노라고, 서로의 기억을 더듬고 보듬어 가면서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어린 날의 추억과 오늘을 나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교회 초등부에서 만난 우리는 성격이며 외모, 심지어 학교까지도 하나도 공통점이 없었고 그 다른 면들을 신기해하며 친구가 되었다. 항상 붙어 다니던 우리는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연말이 되면 한 집에 모여서 느지막한 시간에 초를 켜놓고 서로의 장단점, 바라는 점, 고마운 점들을 솔직히 나누면서 손을 마주 잡고 울며 웃으며 사랑한다, 다음 해는 더욱 잘 지내자 다짐했다.
그렇게 하얀 밤을 새우고 나면 신 새벽에 우르르 공중목욕탕으로 몰려가 따뜻한 탕 안에 들어앉아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어렵다는 고3, 첫사랑의 아픔도 우리는 힘든 줄 모르고 그렇게 함께 도닥이며 이겨나갔다.
오래된 친구는 이래서 좋은 건가 보다. 자주 만나지 못하고 변명 같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많은 세월이 흘러 각자의 자리에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어도 언제나 맘 한구석에 잘 포장해놓은 선물 같은 추억을 불러내 나를 부자로 만든다. 한해가 접어드는 이맘때쯤에 고맙고 그리운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오늘도 나는 뿌듯하게 배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