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장취임 1년을 지나며

2013-1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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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 최석호 어바인 시장

어바인 시장으로 2012년 12월11일 취임을 했으니, 금년 12월로 1주년이 지났다. 지난 1년간 시장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성원을 보내준 교민들께 감사를 드린다.

나는 1998년 교육위원 당선을 시작으로 해 8년 동안의 시의원 활동을 거쳐 시장에 선출되었다. 그런데 막상 시장이 되고 보니, 시장이란 자리가 예전에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초점을 받게 될지 미처 몰랐다. 또 한인출신 정치인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인커뮤니티에 대한 타 커뮤니티의 관심 또한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미 주류 커뮤니티와 남가주의 한인 커뮤니티, 그리고 좀 더 넓게는 모국인 한국에 이르기까지 ‘유명세’를 톡톡히 탔다.

그 덕분에 감당하기 함들만큼 크고 작은 무수한 행사들과 사람 만나는 일로 매일 매일의 일과를 채워 왔다. 미국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도시인 어바인은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한국인이 시장이라는 사실 때문인지 한국에서 미국을 방문하는 지방정부 정치인, 정부 관계자, 그리고 여러 단체 관계자들에게 어바인은 미국방문 1번지로 여겨진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1년간 총31회에 걸쳐서 300명 이상의 한국 손님을 맞이했다. 2위인 일본으로부터의 방문객 29명과 중국 방문객 20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한국출신 시장이라는 사실에 모국 방문객들도 친근감과 자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이제는 한국사람이라고 무조건 찍어 주는 때는 지났어!” “나한테 뭐 생기는 게 있나?” “한인들을 위해서 무얼 해 준 게 있는데?” 등의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말과 반응을 가끔 접할 수 있었다. 이런 분들에게 성실히 답변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바인 시장은 당연히 한인 커뮤니티만을 섬기기 위해서 선출되는 자리가 아니다. 내가 사는 지역사회, 즉 어바인의 성장과 주민들의 발전과 안녕을 위해 봉사하고 활동하는 자리이다. 그렇지만 나의 뿌리가 바로 한인이기 때문에 자연히 한인 커뮤니티로부터 관심을 얻게 되고, 동시에 정치활동을 하는 내 심정 역시 한인사회로 향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역시 피는 물 보다 진하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사실을 자주 실감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어바인 시장으로 일한 지난 1년 한국에 관련된 사업에 더욱 신경을 썼으며 그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한다. 이런 노력들은 ▲1월 13일을 영구적으로 ‘어바인 미주 한인의 날’로 제정하여 매년 선포식을 거행하고 ▲한미 FTA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 ▲매년 한인 문화축제를 시청 광장에서 개최 ▲서울의 서초구와 자매도시 ▲서울의 노원구와 우정의 도시 결연 ▲한국 전통정원 건립 제1단계 시의회 통과 ▲시정부 각종 위원직과 보좌관에 한인 등용 등의 결실로 나타났다.

주류사회와 타 민족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염려해야 할 정도로 한인사회와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나름 최선을 다해 기울여 왔다. 이에 반발해 “어바인 시장은 한국에 대한 ‘Home Sick’(향수병)에 걸린 모양이니 한국 가는 비행기 표를 구입해서 최시장을 아주 한국으로 영구히 돌려보내자”라는 등의 노골적인 비난과 정치적인 공격을 하는 백인들도 있었다.

지난 1년 어바인 한인커뮤니티는 질적 양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다. 인구유입이 크게 늘고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들어서면서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경제 규모의 확대는 곳곳에 들어서는 한국 수퍼마켓들과 크고 작은 한인사업체들을 통해 금방 확인된다. 또 전문직 업체들의 진출도 두드러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상의 학군으로 이미 정평이 난 어바인으로의 한국학생들의 유입증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인정을 하든 안하든 이젠 어바인에서 한인으로 살아간다는 자체가 가슴 뿌듯한 자부심이 되고 있다. 또 이런 자부심과 성장은 결코 한인을 무시할 수 없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지난 15년 간 정치 일선에서 뛰어오면서 절감했던 말은 ‘정치력 신장’이었다. 어바인의 현재와 나의 어바인 시장 당선은 왜 정치력 신장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작은 증거라 생각한다. 한인커뮤니티는 개인적인 이해타산을 헤아리지 말고, 기회가 있을 때 마다 한인들의 정치진출을 너나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 도와야 한다는 정당성을 또한 발견하게 된다. 2014년 새해에 여러분 가정에 큰 희망과 번영이 깃드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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