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 마디 말이 부족해서

2013-1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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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고영주 / 수필가

“동산에 오르니 노나라가 작아 보이고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아 보인다”라는 공자의 말은 시야가 넓어지는 성인의 경지를 뜻한다. 따라서 바다를 본 사람에게 물을 이야기하거나 성인의 문하에 있는 사람과 함부로 말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스스로 겸양의 덕을 지녀야 한다는 교훈이다.

시야가 좁은 사람을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한다. 개구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펄쩍펄쩍 뛴다. 두꺼비는 땅 넓은 줄 모르고 엉금엉금 기고 맹꽁이는 시끄러운 줄 모르고 잘도 울어댄다. 청개구리가 변덕쟁이라면 닥치는 대로 삼키는 황소개구리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말썽꾸러기다. 생명체가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독성을 지닌 남미산 개구리는 한 방울의 독으로 성인 10만 명을 독살시킬 수 있다고 한다.

네 사람이 식당 테이블에 앉았다. 세 사람이 개구리 목청을 낸다. 두 사람이 자기주장만 내세우는데 한 사람은 덩달아서 김씨는 이렇고 박씨는 저렇고 심판 노릇을 하다가 목소리가 더 커졌다. 나머지 한 사람은 시종일관 듣기만 하고 웃고 있다. “세 사람이 싸우는데 왜 저 사람은 웃고 있느냐?”고 옆에 있는 미국인이 묻는다. 딱히 할 말이 없다. 저 웃는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말을 시켜 잡 인터뷰를 하는 것 같다고 농담을 했더니 따라 웃는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모르고 항상 자신이 제일 커 보인다. 아들딸 낳고 세파에 시달리다 보면 남편이 작아 보이고 아내가 작아 보인다. 후회만 남고 외톨이 신세타령이 나온다.

빅토르 위고는 말했다. “우주를 한 사람으로 축소하고 그 사람을 신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행복한 부부는 내가 작고 상대가 커 보여야 한다. 상대가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존재인가를 깨닫는다면 내가 커 보일 일이 하나도 없다.

“사랑해” “미안해” “감사해” 이 세 마디 말이 부족해서 부부는 외롭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사랑하는 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살면서 남을 배려하는 이 세 마디는 임종 그날까지 가지고 가는 중천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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