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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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병’ 피해갈 수 없다면 담담히 맞서라

2013-12-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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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방과 치료법은

▶ ‘합격’으로 자연스럽게 치유되지만 때론 ‘극한 선택’·대학가서도 후유증, 부모의 지나친 기대가 증상 악화시켜

바야흐로 입시의 계절이다. UC 계열대학의 지원은 11월30일로 마감되고 연말연초에 유명 사립대의 정시지원 마감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조기전형자의 합격자 발표도 어느 정도 마무리 짓는 단계에 와 있다. 입시철이 절정에 이르면서 많은 수험생들과 가족들이 입시병에 시달리고 있다. 한 번은 겪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로 대부분의 가정은 잠깐 앓다가 알게 모르게 지나가 버리지만, 일부는 병원을 찾아야 할 정도로 심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는 자살시도를 하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도 한다. 미국의 입시병은 한국처럼 심각한 고3병의 단계는 아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대학에 입학해서도 내내 후유증이 지속되면서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대학입시에 사생결단을 거는 절실한 태도보다는 인생의 한 과정이라는 여유를 가지고 임할 경우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특히 12학년의 경우 입시 후유증으로 학업을 등한시 해 학교로부터 입학취소를 받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어 자녀들이 평상시 자기 수준에 맞는 학교선택과 진로 지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입시병은?

학생에게 시험과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상사이다. 따라서 시험과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는 당연한 것이고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스트레스가 개인에게 과중하여 처리 불가능한 상태이거나 유해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병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쉽게 정의하면 입시병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장애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불안과 초조, 불면증, 우울증, 식욕부진, 소화불량, 두통, 무기력증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이런 증상들은 일단 입시결과가 모두 발표되고, 드림 대학이 아니더라도 차선의 대학에 합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치유된다.


-입시병의 원인

입시병은 부모, 학교, 사회로부터의 압력과 기대가 지나칠 때 발생한다. 학생이 이러한 기대를 잘 부응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학업성적이 생각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이로 인한 실패와 부담이 너무 커질 때 자살이나 자해, 가출 등의 돌출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경쟁이나 성적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해 인생의 전부인양 집착할 때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격의 학생은 평소 부모와 학교, 혹은 급우들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따라야 한다.


-대처법


입시병은 수험생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부모 등 가족들이 겪기도 한다. 주로 수험생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부모들은 항상 관찰을 해야 하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즉각 대응에 나서야 한다. 수험생 스스로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부모도 인생 선배로서 긴장을 풀고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가이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 본인 수준에 맞게 계획한다
항상 무리를 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탈이 나게 마련이다. 중간 정도 수준의 대학밖에 갈 수 있는 실력인 학생에게 부모가 일류대학을 목표로 하라고 강요한다면 이미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보면 된다. 즉 아이비리그나 스탠포드 대학 정도의 명문대를 목표로 하라고 강요한다면 본인이나 부모 모두 불행해질 수 있다.

본인이 안전하게 입학할 수 있는 학교와 드림스쿨을 선정해 이에 맞게 대학을 지원해 가도록 유도한다. 학교보다는 본인의 적성과 커리어, 대학원 진학 문제 등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조정해 주는 것이 좋다.

저스틴 최 임상심리학 박사는 “학생의 수준에 맞게 대학진학을 계획하고 본인이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시야를 넓고 멀리 볼 수 있게 지도하는 것이 장기적인 면에서 부모와 자녀가 윈윈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 차곡차곡 입시준비를 한다
수험생들이 입시준비 막판에 압박감이 커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제한된 시간에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원서를 준비하고 제출하는 것은 물론, 당락 여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 학교 공부와 지원서 작성이란 물리적인 부담 등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부모들은 자녀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이를 하나씩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은 자녀가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보고, 시간별로 순서를 매긴 뒤 자녀와 함께 처리한다. 즉 사립대 정시에 지원하는 경우 지원서 작성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지원서 작성에 중심을 둬 마지막 정리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 부모와 자녀가 대화한다
자녀들은 자신의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미리미리 부모에게 상의를 한다. 호미로 막을 문제들을 나중에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부모도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면 나무라기보다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지 같이 고민하는 것이 좋다.

우선 부모가 마음의 문을 열고 여유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리스너(listener)가 되어서 경청을 해야 한다.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순간 자칫 잘못하면 부모의 일방적인 대화로 변할 수 있다.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자녀의 스트레스와 고충을 풀어주는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자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용기를 심어주는 시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대화의 눈높이를 자녀에게 맞춰야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가 가능하다.

● 멀리 본다
사실 12학년이라는 터널을 지나서도 대학에 입학하면 정말로 치열한 학업과 과외활동 등 바쁜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본인이 지원하는 대학이 인생의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신의 실력에 맞지 않는 대학에 입학해 오히려 불행해지는 경우도 있다. 대학원 입학 및 커리어 등을 생각한다면 너무 경쟁이 심한 대학보다는 학점 따기가 한결 수월한 대학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실력에 넘치는 대학에 입학했을 경우 중간에 스트레스를 느껴 학업을 중단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것은 입시병의 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 인생을 살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부모들의 조언과 카운슬러 등의 코치를 받아보는 것도 좋으며 가장 중요한 결정은 본인 스스로 내려야하며 이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저스틴 최 임상심리학 박사는 “설혹 본인이 원하는 드림스쿨에 입학하지 못했을 지라도 결코 좌절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다”며 “미국은 기회의 나라이기 때문에 본인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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