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의 현실 참여

2013-12-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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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만 /전 언론인

▶ 여론마당

“우리는 (세상의 잘못된 것에 대해) ‘No!’ 라고 말해야 한다.” ‘복음의 기쁨’(Evangell Gaudium)에서 교황 베네딕도 16세가 한 말이다. 가톨릭 전주 교구 박창신 신부의 시국 미사가 일파만파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 사회적으론 종교인의 정치적 발언 내지 행위의 타당성 정당성을 에워싼 논란이 뜨겁고, 학계에선 새삼 정교 분리의 역사를 고찰하는 가하면, 가톨릭 내부에선 교리 해석이 분분하다.

종교(신앙)인으로선 인간 만사 모두가 하나님의 역사하심이다. 인간 생명의 존립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적인 정치와 경제도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은 하나님의 뜻대로 정의롭고 공평하고 선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하나님의 사역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브라질 돔 헬더 까마라 대 주교는 이렇게 말한다. “가난한 사람에게 빵을 주면 그들은 나를 성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내가 가난한 사람들이 왜 빵이 없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나를 공산주의자라고 한다.” 자비를 베푸는 것은 종교 행위이고, ‘가난의 이유’를 묻는 것은 곧 정치 행위가 된다. 참 아이러닉한 이야기다.

보수 전통 종교, 많은 보수주의 목회자들은 교회 안에서 개인의 구원만을 설교한다. 인간의 하루하루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정치, 경제 문제는 그들이 간여할 바가 아니란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펼친다는 종교인들, ‘하나님 말씀’을 쫓고 전파하는 성직자들이라면 ‘그 말씀’ ‘그 뜻’이 세상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심신을 바쳐야 될 줄 안다. 국가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의, 불선(不善)을 누구보다 앞장서 이를 증언하고 규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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