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사람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일꾼이 되겠습니다."
고등학교 졸업반인 허혜윤(18·벤자민 카도조고교 12학년)양은 미래의 정치인을 꿈꾼다.
4년전 가족초청이민으로 처음 미국 땅을 밟은 허양은 남들보다 늦은 이민생활에 남들보다 몇 배로 노력했다고.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영어를 잘하는 편도 아니고 특출한 재능도 없었다. 처음으로 겪는 무시와 문화 차이에 충격을 받고 무언가 보여주겠다는 결심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를 시작했다"고 입을 뗀 그는 "학업 뿐 아니라 각종 특별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원을 다니라는 부모의 권유에도 만류하고 스스로 학습해 이민 일년 후 10학년이 되던 해에는 어너스 프로그램, 과학영재반인 다빈치 프로그램, AP클래스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내셔널 어너 소사이어티인 ‘아리스타(Arista)’에도 초청돼 쟁쟁한 선거를 거쳐 총무로 당선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허양은 한국에서부터 정치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자랐다. 그는 "올바른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 국가가 발전하고 쇠퇴하는데 미치는 정치의 힘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늘 배우고 싶었다"며 이유를 전했다. 허양이 본격적인 정치를 체험하게 된 것은 올해 뉴욕시장에 출마했던 존 리우 감사원장의 선거 캠페인에 학생 인턴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그가 맡은 일은 유권자 설문조사, 관련 정보수집, 유권자 등록, 존 리우 후보 기사 번역 등이었다. 허양은 "처음에 길거리에 나가 처음 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 의사를 전달하는 일, 각자 역할을 분담하며 협동해야 하는 팀웍 등은 어색하고 겁이 나기도 했지만 매일 배우고 스스로 발전해나가는 계기가 됐다"며 "직접 뉴욕시 곳곳을 다니며 정치의 역할에 대해 체감하는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후보 캠페인을 벌이면서 뉴욕을 다니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빈부격차가 더욱 컸고 소수 인종들이 겪는 어려움이 많았다"며 "뉴욕이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 드리워진 어두운 현실을 보면서 이럴 때 통찰력 있고 진실된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치인을 꿈꾸는 허양은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후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는 정치에 대한 기본 지식과 개념, 영향에 대해 자세히 배운 후 법을 공부해 이민자 등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양은 한 분야에 파묻혀있기 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배우고 경험해보고자 선택 과학수업을 남보다 더 많이 수강하고 9학년부터 꾸준히 연주해온 플롯으로 시니어 센터에서 봉사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내 라크로스 팀에도 입단해 기본기 다지기에 열심이다. <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