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꽃씨를 만지며

2013-12-07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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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니얼 김 그린벨트, MD

날씨가 쌀쌀해지며 실외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고 있다. 올가을 나의 꽃밭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수놓았던 국화꽃들이 예쁜 꽃잎을 고이 접고, 한 해의 생을 마감하는 씨앗이 되어 갈색으로 변해간다. 지난여름은 나의 국화꽃들에게는 잔인한 수난의 계절이었다.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오소리가 나타나서 인적이 드문 뒤뜰에서 한창 잘 자라고 있는 자주 빛 국화꽃의 꽃잎과 가지들을 마구 먹어치우면서 국화를 생사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나는 오소리의 공격을 막기 위해 초록색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튼튼한 와이어망을 국화꽃 주위에 둥그렇게 쳐놓았다. 온 몸통이 할퀴고 찢겨나가 만신창이가 된 국화를 살리기 위해 정성을 다하여 간호한 결과, 나의 국화들은 용케도 살아남아 이 가을에 풍성한 꽃을 피워 주었다. 나는 그들의 끈질긴 생명의 아름다움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나는 꽃밭으로 나왔다. 꽃씨가 떨어지기 전에 씨앗을 받아 놓기 위해서였다. 조그만 비닐 백 겉봉지에 국화꽃의 종류별로 이름표를 만들어 붙여 놓고, 꽃씨를 따서 모아 놓았다. 꽃씨들은 모두 각각 두 봉지로 나누어 담아 두 상자를 만들었다.
한 상자는 나의 친지의 꽃밭으로 보내지는 것이다. 지난봄에 나의 꽃밭에서 자라던 꽃들인 어린 백합꽃, 노란 국화들과 장미꽃들을 친지의 꽃밭으로 시집을 보냈었다. 시집 가족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기를 염원해 보면서 꽃씨 상자를 차고안의 진열대위에 올려놓았다.
나머지 꽃씨 한 상자를 들고 나의 교회에서 만들고 있는 ‘에덴동산’으로 가서 꽃씨들을 모두 뿌렸다. 그 위에 영양분이 가득담긴 흙과 멀치(mulch)를 적당히 덮어 놓았다.
에덴동산의 잔디밭에 앉아 완성해 놓은 꽃밭에 들어 누워 있는 맨드라미며 백합, 튤립과 찬 서리를 맞고도 아직도 피어있는 국화꽃들을 바라다본다. 이 추운 겨울이라도 새봄에 태어날 꽃씨를 매만지는 나의 가슴은 작더라도 설레이기만 한다.
내년 봄에는 국화꽃밭 건너편에 교회 정문을 따라 본당을 향하는 오른편 길가에 봄부터 초겨울까지 꽃이 피는 아름다운 적색과 분홍색의 장미들을 심어 장미 가든을 만들고, 본당 건너편 울타리 아래에는 길을 따라 여러 가지 색깔이 화려하게 어우러져 피는 코스모스 꽃을 심을 것이다.
이런 계획들로 인해 봄이 나의 가슴에 가득하게 담아진 추운 이 겨울도 꽃향기가 벌써 나의 코에 스며온다. 한해를 돌아보며 다시금 화려한 꽃들을, 새들의 노래 소리들을 그리워하는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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