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겁한 크리스천

2013-12-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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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조명철 / 목사

어린 시절부터 귀 아프게 들어온 말이 멸공, 반공, 빨갱이다. 강산이 변해도 다섯 번은 변했을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종북타령이다. 누가 종북주의자들일까?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인데 그 선거에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종북으로 몬다.

불의를 고발하고 부정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종북으로 몰아세워 대한민국을 떠나 북한에 가서 살라고 하는 자들이야 말로 세습 독재세력을 비판하는 자들을 가차 없이 숙청하는 북한과 다를 바가 없는 진정한 종북주의자들이다. 국가의 정체성을 빌미로 다른 목소리는 묵과하지도, 용납하지도 않겠다고 국민을 윽박지르는 정권이야말로 인민을 겁박하는 북한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비겁하게 불의에 무릎 꿇고 묵인하고는 “교회는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변하는 자들은 비겁한 크리스천이다. 세상은 악하다며 세상을 등지고 교회 안에서 선함을 유지하라는 속삭임에 속지 말라. 하나님은 세상이 악하다고 세상을 포기하시지 않으신다. 그 세상이 악과 불의로 지배당하지 않도록 너희는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라 하셨고, 썩어짐을 막는 소금이 되라 하셨다.

우리는 이미 존재론적으로 정치적이다. 불의와 악에 대해 신앙에 기초해서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행동해야 한다. 이것이 교회의 가르침이요, 성경의 가르침이다. 교회여! 교황 프란치스코의 강론에 귀 기울여 보라! “좋은 가톨릭 신자라면 정치에 관여해야 합니다(A Good catholic meddles in politics). 스스로 최선을 다해 참여함으로써 통치자들이 제대로 다스리게 해야 합니다. 빌라도처럼, 손을 씻고 뒤로 물러나 있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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