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매한 11월

2013-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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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석환 / 목사

▶ 여론마당

11월 하순은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시간이고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조금은 이른 시간이다. 그래서 애매하다.

어쩌면 11월은 인생 60대처럼 애매하다. 서둘러 문을 닫기에는 어딘가 허전한 과수원 같다. 빗장을 지르기에는 기력이 남아 있지만 그렇다고 무언가 정색을 하고 시도하기엔 늦었다는 감이 있다. 그래서 조금은 슬픈 달이다. 11월이 그렇다.

그래서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질 수도 있다. 누가 무슨 말만 하면 눈물이 나올 수도 있다. 공연히 화가 나고 공연히 허무하고, 그러므로 더 사랑하고 싶고 더 주고 싶다. 하지만 안타까운 일은 그 11월조차 그대로 벽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른 달보다 더 매몰차게 지나가므로 그 한 달을 두 달이나 석 달처럼 길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11월이 애매한 것은 왜일까. 만추의 끝자락과 엄동설한의 입구에 걸림돌처럼 놓여 있어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에 몰두하노라 11월의 공허를 애써 외면하기 때문이다.

이런 말이 기억난다. 좋은 기회를 만나지 못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다만 그 기회를 붙잡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렇다면 나는 지금 막 떠나는 열차에 올라타듯 11월을 붙잡고 있는지 모른다.

아는가. 삶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장애물도 두렵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 목표를 거의 모든 사람들이 1월이나 2월, 또는 약동하는 청춘의 때에 알지 못하고 11월에 와서야 겨우 알게 된다는 것을.

하여 가을 서리가 11월에 비롯되듯, 인생 역시 온갖 미적거리고 애매했던 궤적에 대한 결단을 11월에 기대함이 옳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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