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을 변화시키는 감사

2013-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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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욱 뉴욕지사 객원논설위원

2000년 전 일이다. 예수가 사마리아와 갈릴리 사이를 지날 때 문둥병자 열 명을 만난다. 그들은 자신들을 긍휼히 여겨 달라 한다. 예수는 그들에게 제사장에게 가서 몸을 보이라고 말해 문둥병자들은 제사장에게 몸을 보이니 모두가 깨끗함을 받는다(누가복음 17:11-19).

그 중에 사마리아인 문둥병자 하나가 다시 돌아와 예수의 발 앞에 엎드려 자신의 병을 고쳐준 것에 감사를 드린다. 그러니 예수가 질문한다. “열 사람이 다 깨끗함을 받았는데 아홉은 어디 있느냐?”고. 그러면서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고 말한다.

추수감사절이다. 감사란 무엇일까. 문둥병이 나은 사람이 돌아와 예수에게 고맙다고 한 말과 행동 자체, 그게 감사다. 감사란 복잡한 게 아니고 이렇게 간단하다. 어떤 은혜를 어느 사람에게 받았을 때 ‘고맙다’고 표현하는 게 감사다. 반드시 어떤 대가를 건네는 것만이 감사는 아니다. 마음이 중요하다.


사람이 감사의 마음을 품으면 뇌의 현상이 바뀐다. 마이애미 대학 마이클 맥클로우 심리학교수는 “잠깐 동안이라도 감사함을 생각해 보는 순간 뇌의 감정시스템은 이미 두려움에서 탈출해 아주 좋은 상태로 이동한다. 마치 승리에 도취된 감정을 느낄 때와 유사한 감정의 선순환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감사의 과학>을 집필한 UC 데이비스의 심리학교수 로버트 에몬스는 12살에서 80살까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감사의 일기를 매일 혹은 매주 쓰게 했다. 또 다른 그룹엔 아무 것이나 쓰게 했다. 1개월 후 감사의 일기를 쓴 사람들은 행복지수가 높게 나타났고 수면과 일, 운동 등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나타냈다.

다른 그룹은 반대였다. 에몬스는 말한다. “감사는 생리학적으로 스트레스 완화제가 되어 분노나 화, 후회 등 불편한 감정들을 덜 느끼게 한다. 감사는 뇌의 화학구조와 호르몬을 변하게 한다”고 밝혔다.

사람은 태어날 때 빈손으로 태어난다. 빈손으로 태어난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공기를 선물 받는다. 공기는 사람에게 있어 평생 마셔야 살 수 있는 최대의 영양소다. 단 3분만 공기를 마시지 못해 산소가 뇌에 공급되지 않으면 죽는다.

예외가 없다. 이처럼 귀한 공기지만, 공기를 마시고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없다. 그 어떤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24시간, 365일, 평생을 마셔도 남아도는 공기. 얼마나 감사한가. 이 뿐만이 아니다. 햇빛은 어떤가. 태양열, 즉 태양빛이 지구에 오지 않는다면 지구는 삽시간에 지옥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지구의 생물 99.9%가 태양열에 의존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햇빛도 무상공급이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뉴욕의 한 복판 맨하탄 29가의 마블교회를 58년간 담임했던 빈센트 필 목사. 그는 <긍정적 사고방식>을 집필해 온 세계에 감사의 조건을 전한 사람이다. 그는 작은 일과 작은 소유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감사를 아는 사람이라며 감사의 조건을 멀리에서 찾지 말고 아주 가까운 곳에서 찾으라 한다.

감사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감사하는 순간 뇌의 시스템은 사랑과 공감 같은 긍정적 감정을 느끼게 하여 기분이 바뀌기 때문이다. 공기와 햇빛. 지상최대의 영양소로 감사의 조건 제1호다. 추수감사절이다. 감사의 마음과 행동이 요구되는 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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