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에서도 쇠고기가 고향을 찾아간다

2013-11-25 (월) 12:00:00
크게 작게

▶ 허종욱 / 워싱턴침례대 교수

2004년 어느 여름 한국의 한우 축산농부들이 한우떼를 경부고속도로 한복판으로 몰고 와 차들을 가로막는 바람에 교통이 몇시간 동안 마비가 된 사건이 벌어졌다. 농부들과 한우떼는 호주로부터 수입된 송아지를 실은 트럭들이 고속도로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저지시위를 버린 것이다. 2개월이 지나지 않은 호주산 송아지가 한국축사에 사육되어 도축될때 그 쇠고기는 시장에서 국내산 한우로 둔갑되어 팔려 한우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한우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한우를 기르는 축산농부들이 발을 벗고 나선 것이다. 한국에서는 쇠고기가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 진다. 수입 쇠고기와 국내산 한우이다. 대부분의 수입 쇠고기는 미국과 호주산이다. 미국과 호주산 가운데 미국산이 값이 좀 싸다. 그런데 호주에서 송아지로 수입되어 도축된 쇠고기는 한우의 대접을 받기 때문에 당연히 호주수입산 쇠고기보다는 값이 비싸다. 쇠고기를 파는 마트나 정육점에서는 수입산과 국내산을 정확히 구분표시해야 하며 수입산의 경우 나라이름을 명기해야 한다. 쇠고기 등 육류를 자료로 사용하여 요리를 하는 식당들은 자료의 출처를 식당게시판과 메뉴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를테면 수입산과 한우 불고기 갈비 곰탕 설렁탕 등을 구별하는 것이다. 음식값이 출처에 따라 엄청나게 다르다. 이는 쇠고기뿐 아니라 모든 육류에 해당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많은 생선류와 반찬류들이 시장에서는 수입과 국내를 구분하면서 식당에서는 구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생선매운탕 해물탕 생선구이 스시 생선회 생선을 주요재료로 하는 음식등에 원산지를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 또 도라지 취나물 고사리 등 많은 반찬류들이 중국에서 수입했음에도 불구, 식당에서는 구분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 하루는 우리 부부가 몇몇 교수부부들을 대학 외국인 숙소로 저녁을 초대했다. 우리 부부는 한동대 외국인 교수아파트에 머물고 있었다. 이날 주요 메뉴는 쇠고기 불고기였다. 우리는 값이 아주 싼 미국산 수입쇠고기와 값이 비싼 한우를 겻들여 대접했다. 우리는 손님들에게 두 종류 쇠고기를 구분해 보라고 주문했다. 아무도 구분에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이 종류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판 ‘호주 송아지가 한우로 둔갑’문제가 축산계와 소비자 사이에 큰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육류업자들에게 오는 23일부터 육류원산지를 상품에 표기할것을 통보했다. 현재까지는 미국 육류시장에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송아지로 수입, 미국목장에서 길러져 도축된 쇠고기외 성장된 소로 수입 도축한 쇠고기를 구분하는 표시가 육류시장에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이 육류들도 본적지를 표시하여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어야 된다는 말이다. 사실 현재 육류시장에 가 보면 대부분의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원산지 표기를 거의 찾아 볼수 없는 것이 현 실정이다. 그런데 미국의 대부분의 목장들은 농무부의 조치를 찬성하는가 하면 많은 육류제품업자들은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제품업자들은 원산지 구분으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만 늘어날 뿐 실제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별로 이익이 되는 것이 적다는 주장이다. 한편 미국에서 도축하기만 하면 미국산으로 둔갑하는 육류표시제도는 소비자들을 무시 할 뿐 아니라 축산업자들을 도산으로 몰아넣는 계기가 된다고 축산업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농무부 자료에 의하면 현재 미국내에서 유통되는 육류 가운데 쇠고기 7.7%, 돼지고기 3.3%, 양고기 46.4%, 닭고기 0.3%가 수입산으로 되어 있다. 미국 목축업자들과 육류가공업자들 사이에 치열한 의희에서의 로비는 물론 법정공방이 진행될것이 예상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