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 사람의 손

2013-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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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정 / 샌프란시스코

22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사람이 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 사람의 손이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어느 파티에서였다.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악수를 청한 그는 커다란 두 손으로 내 손을 덥석 감싸며 함박웃음으로 나를 반겼다. 그렇게 크고 따뜻하고 힘있는 악수는 내 마음을 얼마나 포근하게 했는지 모른다. 10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그 악수가 내게 준 것은 인사만이 아니었다. 위안이며 환한 반김이고 소속감이었다.

서로 맞잡은 두 손은 첫인상처럼 짧은 순간에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굳은살이 박힌 손은 열심히 사는 분이구나 싶고 부드러운 손은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구나 싶다. 따뜻한 손은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차가운 손은 꼭 감싸주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면 우리는 손부터 잡고 그 손에서 서로의 지나온 삶을 읽고 반가운 마음을 전한다. 지치고 힘든 친구를 보면 가만히 손을 얹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눠준다. 기억하는가. 떨리는 가슴으로 몇 번을 망설이다 살며시 잡은 연인의 손을.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아기가 그 조막만한 손으로 당신의 손가락을 꼭 잡은 그 찬란한 순간을...

손은 천 마디 말보다 더 깊은 감동과 위로와 정을 전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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