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암환자의 식생활

2013-11-13 (수)
크게 작게

▶ 일과 건강

▶ 김 한 주 <방사선 암 전문의 엘에이 암센터>

최근에 환자들을 보다보면 정말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환자들이 혼돈의 상태에 있는 것을 본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의학정보들이 여과 없이 여러 미디어에 돌아다니니 너무 많이 아는 것이 오히려 환자들에게 도움이 덜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특히 식생활과 관계된 것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요즘 환자들 가운데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급격히 피곤해하시거나 힘이 없어 하시는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갑자기 육류를 일절 금하고 식생활 습관을 채식이나 또는 곡물류 중심으로 바꾼 것을 발견하곤 한다. 한결 같이 주위 분들, 가족, 친구들이 암 환자가 육류를 먹으면 암에 더 나쁘다고 말해 육류를 100% 피하고 있다고 하신다. 지론인 즉 육류나 기름진 음식이 암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것은 맞다고도 볼 수 있으나 또 환자에 해가 된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 국립 암센터에서 말하는 식생활 가이드를 살펴보자. 그 책자에는 “암을 치료하는 동안 잘 먹음으로써 첫째, 환자는 암 질환과 치료에 대처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얻는다. 둘째, 치료에 의한 부작용을 더 잘 극복할 수 있다. 셋째, 감염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넷째, 항암치료로 손상된 세포를 빨리 재생시킬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한국 국립 암센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암환자의 식생활은 암을 치료하는 동안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나오는 임상 의사들을 위한 암 간행물 (April/May 2012 issue of Cancer: A cancer journal for clinicians)에 의하면 동물성 지방, 예를 들어 삼겹살, 베이컨, 소세지 등은 너무 많은 지방으로 몸의 호르몬 구성에 영향을 주어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암 재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러나 그 논문에서도 순수한 살코기나 생선류 등은 오히려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암환자 특히 노인 암 환자들께서 급격한 체중감소와 무기력으로 힘들어 하시면서도 음식을 가려 드시는 것을 보면 꼭 하시는 말씀이 주위에서 절대로 고기를 먹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들 중 많은 이들이 요즘 범람하는 비싼 건강보조제들을 복용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한국 국립 암센터에서 발표한 것처럼 ‘균형 잡힌 식생활’이다.

방사선 암 전문의로서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암 치료를 한다고 해서 갑자기 육류를 전혀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상식이라는 것이다. 암 치료를 하는 동안 환자가 힘을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므로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도록 권유드리는 바이다.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성공적인 암 치료를 위한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암 치료를 계획대로 하신 분과 몸이 허약해져 중간 중간 치료를 쉬거나 혹은 치료를 일찍 포기하신 분의 생존률이나 재발률은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많은 논문에 나타나 있다. 왜냐하면 방사선 암 치료의 기본 원칙이 암세포에 충분히 산소가 있을때 치료로 인해 생긴 활성산소가 암세포 속의 DNA를 손상시켜 암세포가 죽어나가기 때문이다. 잘 드시지 못하면 빈혈이 되고 모자라는 헤모글로빈으로 인해 암세포 치료에 도움이 되는 산소가 늘 부족해진다.

본인의 면역 상태를 좋게 하고 치료에도 도움이 되려면 암 치료 중 에는 너무 한쪽 음식을 피하지 말고 골고루 잘 드셔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문의 (213)388-0908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