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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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예술가

2013-11-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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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예리 / 보건복지사

몇달 전 국제 아이디어 컨퍼런스인 TED 인터넷 강연에서 작가 김영하씨가 강연을 한 것을 보았다. 유쾌하고 재밌는 강의 속에서, 그는 우리 모두 안의 예술가를 찾아내라고 격려한다. 사실 나는 대학교 들어갈 때까지 딱히 이렇다 할 취미가 없었다. 살짝 게으른 탓인지 운동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질 않았고, 미술적인 감각도 없어 예술적인 취미도 없었다. 하는 것이라고는 집에서 책 읽는 것밖에 없었다.

그런 내가 정말 ‘올인’을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은 것은 대학교 4학년 때였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그 날은 맑은 가을 하늘이 유난히도 파랗게 보였던 날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걸어 나오다가 우연히 캠퍼스 풍물패 공연을 보았는데,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나부끼며 온몸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들이 멋있어 보였고, 타악기의 강렬한 울림이 내 심장소리와 공명하는 것 같았다. 무작정 그 풍물패를 찾아가 가입을 했고 장구를 배우기 시작해 지금까지 거의 9년간 계속하고 있다.

풍물은 내게 여러 선물을 가져다 준 취미이다. 박치라고 믿고 있었던 내가 음악적 감각에 대한 자신을 갖게 해 주었으며, 지친 생활에 활력소가 되었고, 함께 악기를 치며 좋은 인연들을 만날 기회도 주었다. 열정적으로 시간을 투자하는 무언가가 있고, 잘하든 못하든 그 과정 하나로 행복하고 즐거워지는 게, 내 나름 아마추어 방식의 예술참여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예술가의 모습을 찾은 후의 과제는 누가 뭐라 하든 자신있게, 당당하게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다. 때로 뭐가 그리 재밌냐, 그걸로 먹고 살 것도 아니면서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럴 땐 소설가 김영하씨가 강연 끝날 쯤 했던 말을 인용하면 될 것 같다. “즐거워서 하는 거야. 재밌어서 하는 거야. 미안해, 나만 재미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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