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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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지 않기를…

2013-1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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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혜석 / 시인

옛날에 친구는 말했다. 바라는 것을 그림으로 그린 듯 눈앞에 떠올리고 똑바로 응시하도록 훈련하라고. 너무 멀리 있는, 먼 꿈에 빼앗기는 마음을 다독이려 사려 깊은 친구는 그렇게 말했다. 내가 바라는 미래를 구체적인 그림으로 떠올리는 것은 옛날에는 어쩌면 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래 전에 그린 그림과 흡사한 장면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펼쳐지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것으로 꿈을 이루었다고 분명히 말하지 못하는 것은 이루지 못한 꿈에는 미련이 늘 남아 있지만 이룬 꿈은 그저 쉽게 잊어버리는 까닭이리라.

나는 얼마나 많은 꿈을 꾸었을까. 그 꿈들이 실현되어 일상이 된 적은 몇번이나 있었을까. 그것들로 행복하다고 느꼈었던가. 자신이 없다.

행복이란 늘 이렇게 하늘에 떠가는 구름처럼 눈으로는 읽혀져도 손에 잡히지 않는 채 가까이서 멀리서 갈증을 주었지만 이런 모호함 속에서도 다시 꿈을 꾸어왔다. 산다는 일의 그 막무가내 속에서 우리는 수없이 어긋나는 꿈들을 꾸고 있었다. 꿈을 꾸는 것이 나를 지탱하는 양 꿈을 꾸었다. 강물처럼 흐르는 삶을 누군들 원하지 않았을까마는 우리의 삶은 충돌하고 부대꼈다. 어긋나는 꿈으…저무는 날 문득, 거울 속에 내 모습을 읽는다. 무엇보다 여유롭고 자유롭고자 했는데 부단히 쫓기며 허덕이는 내가 있다.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꿈꾸지 말아라” “내 안과 밖에서 서로 어긋나는 꿈을, 오늘과 내일이 충돌하는 꿈을 접어라” 들려오는 소리는 위로의 목소리가 된다. 내가 가진 것, 그것들을 다듬고 살피는 일로 내 꿈을 대신하라는 목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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