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모에 대한 적개심이 마약중독*정신질환으로

2013-10-3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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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아들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 폭력*위협*이상행동에 결국 경찰에 자식 신고

대학교 때 마약에 손대기 시작한 아들이 엄마를 죽이겠다고 위협할 뿐 아니라 아무데서나 바지를 내리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자 산호세 김모(60대)씨는 경찰에 자식을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폭력에 시달리는 것도 겁났지만 이웃집 여자를 보고 자위행위하는 아들의 이상행동을 더이상은 두고볼 수 없었다고 흐느꼈다.
제이 최 산타클라라카운티 교도소 심리분석관은 "힘겨운 이민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빴던 부모들이 어느 정도 안정되니까 자식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린시절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결핍증이 이후에 적대감으로 발전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최 분석관은 "마약은 한인2세들 대부분 호기심에 연습삼아 시도해보지만 10명 중 8명은 중단한다"며 "진로방향을 찾지 못하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자괴감에 빠질 때 도피처로 마약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중얼거리거나 공격적이고 이상한 행동을 보인 후에야 부모들은 자식이 마약중독과 정신질환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며 "위험에 처한 식구들이 처음엔 법의 도움을 거부하다 결국 경찰에 신고하게 된다"고 밝혔다.
환자들의 상당수가 치료시기를 놓쳐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은 쉬쉬하며 병을 드러내지 않는 한국적 정서도 문제지만 한인을 위한 치료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는 것도 큰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최 분석관은 "베트남, 인도, 파키스탄계는 정신과의사들이 다수 배출돼 치료채널이 다채로운 반면 한인 커뮤니티에서 손쉽게 방문할 상담기관도 없고 전문의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한인들의 경우 주류사회 시스템을 갖춘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도 언어적 불편함과 낮은 문화적응력으로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오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민1세들도 낯선문화에 적응하기 어렵지만 두 문화를 오가는 한인 2세들도 만만치 않는 스트레스를 갖고 있다"며 "부모들이 자식들과 대화의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또 "부모가 기대하는 이상형을 자식에게 강요하지 말고 자녀의 장점을 살려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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