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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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으로 극복한 장애

2013-10-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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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희 수필가

만추의 풍경이 이름답게 펼쳐지는 지난 주말, 조지메이슨 대학의 정유선 교수를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통해 직접 볼 수 있었다. 정 교수는 최근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는데 이날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그의 감동적인 사연을 들었다.

정 교수는 태어나서 9일째 되는 날 고열과 심한 황달이 몸을 뒤덮었다. 두 돌이 지나도 걷지를 못하자 병원에서는 황달에 의한 뇌성마비 장애라는 병명을 알려주었다. 뇌성마비로 언어 및 지체장애를 가졌지만 그녀는 고집이 세고 뭐든지 남들이 하는 것은 다하고 싶어해서 어머니는 정상인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켰다.

장애의 몸으로 100m 달리기도 하고 매스게임, 성탄절 연극에도 참여했다. 공부도 늘 우등생이었다. 고등학교도 우등으로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려고 했으나 받아주는 대학이 없어 1989년에 미국에 유학을 왔다.


조지메이슨 대학에 입학해서 컴퓨터 공학 전공, 코넬대학에서 석사학위, 조지메이슨 대학에서 보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보조공학은 장애인이 입고, 먹고, 읽고, 쓰고, 의사표시를 하고, 여가생활을 하는 데 불편한 점들을 개선해 주는 것이다.

그는 강의할 때 의사소통 보조기기를 이용한다. 3시간 강의를 위해 2-3일을 준비한다고 한다. 2012년에는 이 대학에서 ‘최고의 교수 상’을 수상했다.

정 교수의 삶의 이야기는 이민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가슴을 후련하게 씻어주는 카타르시스였다. 정 교수가 밝고 명랑하게 얘기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기적은 사실 기적이 아니다. 기적은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만 주어 진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언제나 훌륭한 인물 뒤에는 훌륭한 부모가 있다. 딸의 잠재된 능력을 계발하고 잘 키우기 위해 연예계 생활을 접은 그의 어머니는 60-70년대 여성트리오 ‘이 시스터즈’ 의 멤버인 김희선 씨이다. 동화연구가인 김씨는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라는 시를 애절하게 낭송하고 “울렁울렁 울렁 되는 가슴안고...”로 시작되는 자신의 히트곡 ‘울릉도 트위스트’를 온몸과 마음으로 불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딸에게 늘 “너는 공부를 잘하니 교수가 되라” 고 격려했고, 그 말이 씨가 되어 교수가 되었다는 정 교수는 “내가 열심히 잘 사는 것이 부모님 은혜를 갚는 것”이라는 갸륵한 딸이었다.

지금은 부모님의 사랑과 든든한 남편, 보석 같은 두 남매가 삶의 원동력, 버팀목, 행복의 근원이 되었으며 운도 좋았고 매사가 감사하며 행복하다고 한다. 인생은 서두르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것, 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법, 정 교수는 언제나 좋은 생각, 푸른 마음으로 정신적, 육체적 아픔을 극복했다.

세상은 항상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노력한 만큼의 성장을 약속해 준다.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굴레 속에 눈물을 흘릴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굴레가 없는 삶은 발전이 없다고 한다.

정 교수의 꿈을 향한 불굴의 도전정신을 보며 내 자신의 삶을 더욱 성찰하는 기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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