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를 좋아한다. 영화 보기만큼이나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흔히 얘기하는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갈 것’ 세 가지 중 두 가지로 항상 책과 영화를 꼽았다. 어렸을 적 집에 책이 많아서 읽고 또 읽었고, 나른한 여름날이면 책으로 집짓기 놀이를 할 정도로 책과 가깝게 지냈었는데, 최근 한번도 내 스스로 던져 보지 못한 질문을 받게 되었다. “내 인생의 책 한권을 꼽는다면요?”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은 책들을 섭렵했지만, 내 인생의 책 한권을 감히 꼽을 생각을 하지 않았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목적 없는 독서에 심취했었고, 그것이 이미 습관이 되어 방향 없는 독서를 해 오지 않았을까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다.
독서가 독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읽기를 통해 상식과 견문, 사회 비판을 배웠을 뿐 아니라 다른 인생들의 관심과 흥분을 맛보기도 했고, 다른 시대의 역사 속 인물과 사건에 가슴이 뛰기도 했지만, 결국 나는 목적을 설정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독서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나의 관심을 쫒고 넓히는 독서가 그 한가지라면 나를 반성하고 계발하여 나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독서가 다른 한가지 목적일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재미와 흥미와 관심을 쫒았던 나의 독서 방식은 ‘내 인생의 책 한권’을 뽑으라는 주문에 그렇게 많은 책을 읽고도 당황해 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낸다. 반성 없는 독서, 되새김 없는 독서를 넘어서야 할 순간이다.
그러면서 새롭게 만난 책이 데일 카네기의 ‘인관관계론’이다. 대학시절 교양과목 리포트를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한번 읽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최근 추천을 받아 다시 읽어본 ‘인간관계론’은 굉장히 큰 충격이었다.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가 표면적인 책의 내용이지만, 이 책은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보다는 내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궁극적으로 말하고 있다.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내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진정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 가을 어느날 만난 이 책 ‘인간관계론’을 통해 나는 나 자신을 비로소 돌이켜 볼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되었다. 10대 말 처음 만났던 ‘인간관계론’은 내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그저 학교 수업 리포트 작성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그 당시 이 책이 내 인생에 들어올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기도 했고, 독서의 목적에서 그저 첫번째의 목적에만 머물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누군가가 나에게 ‘내 인생의 책’을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무턱대고 읽었던 그 많은 책들에서 이 한권의 책을 재발견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이 가을 낮 시간에 책 읽기 딱 좋은 하루 한 시간을 마련해 볼까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인생의 책들을 발견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