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년의 삶과 우울증

2013-10-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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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유림 / 사회복지 전문가

노인들의 우울증 관리를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인들을 만났다. 짧은 시간이지만 설문조사 중 들은 노인들의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건강이 좋지 않거나,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장성한 자녀의 형편이 그다지 좋지 않거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거나….

그런데 이 상황에서 어떤 생각과 태도를 선택하느냐가 노년의 삶을 행복하게 여기는가 혹은 불행하게 여기며 우울하게 되는가를 가르는 것 같다.

“이제 다 끝나가는 나이에 뭘 더 하겠어.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 살다가 가는 거지”라고 말하는 60대 노인이 있는가 하면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요. 그리고는 한 시간씩 동네 학교 운동장을 돌아요. 그렇게 하면 기분이 더 좋아지지. 죽는 그 날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아무리 작은 거라도 열심히 하면서 감사하면서 살아야지”라는 80대 노인이 있었다. 두 분의 노후가 대조적으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20대 중반 한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만났던 노인들의 이야기는 먼 미래에나 일어날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 같아서 재미가 없었지만 이제는 노인들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통해 내가 어떻게 살고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파블로 카잘스는 91세가 되어서도 매일 첼로 연습을 했는데, 왜 그렇게 연습을 하는지 물어본 제자에게 그는 “요즘도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인 노인들이 카잘스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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