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속의 이방인, 한인

2013-10-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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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희 / LA

지난 10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LA 시의회 제1지구의 주민모임이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모여서 의견을 개진하고 시의원에게 건의하는 모임이다.

10일 모임에 가보니 10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길버트 세디요 시의원의 인사말에 이어 주민들은 테이블 별로 10명 정도씩 모여 앉아 각자 의견을 나누었다. 공공안전, 지역 경제발전, 예술 및 교육 그리고 환경 문제 등에 관해 열띤 논쟁을 벌인 후 각 테이블에서 한명씩 나가서 발표를 했다.

마지막으로 시의원이 나와서 주어진 주제를 설명하고 자기의 의견을 말한 다음 실천방안을 열거하고 주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모임은 거의 3시간이나 진행되었다.


나는 주최 측에 왜 한인타운 인근에는 이런 모임이 없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보좌관이 한 뭉치의 인쇄물을 주면서 한인들에게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인쇄물을 받아들면서 슬며시 걱정이 앞섰다. 한인들은 이런 모임에 잘 참석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노파심에 미리 한마디를 했다. 한인들이 이런 모임에 참석치 않는 이유는 언어 문제 때문이라고 서툰 영어로 말했다. 그러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국어 통역사를 참석시킬 테니 걱정 말라”는 것이었다.

인쇄물을 한 장도 빠짐없이 열심히 돌렸다. 그러나 16일 회의장에 가보니 나의 기우가 현실로 돌아왔다. 회의장에는 나 보다 먼저 도착한 통역사가 있을 뿐 다른 한인은 아무도 없었다. 참석자들은 9개의 테이블에 나누어 앉아서 회의를 시작했다. 주민 자격으로 참석한 한인은 달랑 나 한 사람뿐이었다. 참으로 민망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동시에 이방인 같은 심정이 들었다. 바로 그 때“안녕하십니까?”하는 시의원의 한국어 인사말이 들리자 나는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에 몸 둘 바를 몰랐다.

회의 내용은 먼저 지역에서나 대동소이 했다. 눈에 띄는 것은 9개 테이블 중 4개의 테이블에서 자기들의 언어 즉 스페인어로 거침없이 의견들을 내놓는 것이었다. 물론 통역자가 옆에서 열심히 통역을 했다.

한인 주민으로서 혼자 참석한 후 씁쓸한 기분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언제쯤이면 한인들의 정치참여 의식이 향상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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