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2013-10-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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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남희 / 샌프란시스코

인간은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먹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지만 나 같은 주부에게는 하루 세끼 해결이 큰 숙제이자 고민이다. 나는 특히 음식에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는 편인데,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바로 식재료의 선택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는 뉴스들이 심심찮게 들려오니 장 볼 때마다 한숨만 늘어간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크게 대두된 방사능 오염이다. 방사능 유출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고, 이미 오염된 바닷물과 방사능 찌꺼기가 해류를 따라 미국 서부 해안까지 이동했다. 오염수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하는데, 안심하고 수산물을 먹어도 되는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수산물 이외의 다른 먹거리는 안전한가?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데 있다. 최근 한국에 수입된 일부 미국산 쇠고기에서 사용이 금지된 동물용 의약품 ‘질파테롤’이 검출됐다. 이는 동물의 성장을 촉진하고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가축업자들이 음성적으로 사용하는 약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에서 유통되는 쇠고기는 과연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항생제 사용이 문제가 되어 왔던 닭고기는 최근 살모넬라균이 검출되어 또다시 식품 안전 문제에 비상이 걸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나? 하지만 농산물도 100% 안전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농약에 가장 많이 오염된 채소와 과일 12가지를 선정하여 발표한 한 조사에 의하면 검사 품목의 67%가 세척 뒤에도 농약이 남아 있다. 먹어야 할 것보다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지니 대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 지 걱정이다. 먹을 것은 넘쳐 나는데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으니 ‘풍요 속의 빈곤’은 우리 식탁 위의 풍경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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