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빚더미 재벌들

2013-10-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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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태 / 시인

한국에서 1980년대 초, 재벌의 재정리를 시도하기 위하여 중앙정보부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를 동원하여 재벌들의 자산상태를 조사했었다. 가장 재정상태가 좋았던 삼성이 96%의 빚으로 운영되었고, 나머지 재벌기업들의 재정형편은 거의 빚이었다. 차관 빚, 은행 빚, 급하게 끌어다 쓴 사채. 말이 재벌이지 모두가 빚더미에 올라 있었다.

재벌의 형성은 고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경제의 조기발전을 꽤하기 위한 한 방법이었다. 나라에 돈이 없으니 한참 밑지는 한일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돈을 끌어다 재벌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차관이란 명목으로 막대한 돈을 외국으로부터 빌리기 시작했다. 차관교섭 잘 하는 공무원이 능력 있는 공무원, 차관 돈을 정부로부터 잘 끌어오는 간부가 능력 있는 간부, 사채를 잘 끌어오는 사원이 능력 있는 사원으로 대접받았다.

한국의 동양그룹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개성 출신의 단단하던 사업가가 저승으로 가자 그 후계자들이 욕심과 허영으로 남의 돈을 끌어다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결국 빚을 갚지 못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개인은 가난하고 나라는 부자가 되는 일본과 달리 재벌은 개인적으로 돈이 넘치는데 나라는 빚에 허덕이는 대한민국. 아직까지도 재벌기업들은 재정 상태가 좋아도 90%이상이 빚이다. 국민 일인당 개인 빚이 3,500만원이 넘는 빚의 나라, 빚으로 해외여행을 가면서도 거들먹거리는 국민들, 나라를 다 팔아도 갚기 어려운 나라 빚을 지고도 경제성장이니, 고도성장이니 떠드는 허장성세의 대한민국 정부. 지금이야말로 재벌의 재정비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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