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간도둑

2013-10-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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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남희 / 샌프란시스코

시간의 속도감은 나이와 비례한다고 했던가? 그 이유는 나이가 듦에 따라 삶이 점점 단순해져서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날이 그날 같은 무료하고 반복적인 삶의 형태가 오히려 시간 감각에 가속도를 붙이는 것이다.

벌써 10월. 올해도 석 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 이루어 놓은 것이 별로 없다. 마치 시간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이를 시간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진 탓으로만 돌리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나의 일상 어딘가에 구멍이 나 있는 게 분명하다. 고민하는 내게 남편이 촌철살인 같은 한마디를 던졌다.

“인터넷 좀 줄이고, 드라마를 끊으면 되겠네.” 순간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가만히 따져보니 하루 중 쓸데없는 인터넷 검색과 TV에 뺏기는 시간이 은근히 많았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설거지 같은 단순노동을 할 때엔 뉴스나 오디오북을 듣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하지만, 인터넷과 TV에 내어주는 시간이 하루에 적어도 2시간 이상은 되니 이들이 바로 고질적인 시간도둑인 셈이다.


또한, 변화와 도전이 적어진 내 삶의 단순성은 거시적 관점에서의 시간도둑이기도 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순 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허비했다”며 한탄했다고 한다. 실험정신이 강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했고,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그에게도 시간도둑이 있었을까?빼앗긴 시간을 되찾기 위한 노력과 함께, 보다 역동적인 삶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이 가을 나는 작은 도전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되찾은 시간은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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