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일반 주택이나 아파트에서 흔히 발생하는 물과 습기로 인한 피해(Water/Moisture Damage)의 대표적 현상 중의 하나는 바로 곰팡이(Mold)의 출현이다. 최적의 곰팡이 번식 조건은 물 혹은 습기와 더불어 온난한 온도를 전제로 한다.
일반적으로 곰팡이는 누수는 물론 결로현상으로 인해 혹은 목욕탕 등 대체로 지나치게 습기가 많은 환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습한 공간에서 발생하고 퀴퀴한 고약한 냄새를 풍기면서 벽이나 천정에 시커먼 얼룩을 남긴다. 더 골치아픈 것은 공기 중에 날아다니는 포자(Spores)로 번식하면서 천식, 두통, 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곰팡이 역시 생존을 위한 영양물(Food)을 필요로 한다. 곰팡이가 가장 좋아하는 영양물은 바로 나무 따위의 섬유소(Cellulose)다. 그래서 젖은 종이와 젖은 나무를 좋아한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집의 뼈대를 이루는 원목자재(Stud 혹은 Joist등) 보다 종이나 각종 목질합판제품(Plywood, OSB)등의 건축자재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바퀴벌레나 먼지 진드기의 배설물은 물론 접착용 풀, 페인트 등도 좋아한다고 한다.
물론 물이나 습기가 주원인이나 젖은 후 바로 마른다면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즉 곰팡이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종이의 경우 보통 2-3일정도 지속적으로 젖어 있을 때 곰팡이가 발생하며 젖은 나무의 경우는 2-3주 정도의 기간을 필요로 한다.
일반 가정내 습기문제는 도처에서 발생한다. 물론 새는 곳을 바로바로 고친다면 당연히 곰팡이가 생길 여지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물문제가 벽면사이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면 후에 심각한 곰팡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 사례 중의 하나로 대부분의 주택에서 벽을 만드는데 칸막이로 사용하고 있는 석고보드가 있다. 석고보드의 면이 종이로 되어있는 고로 벽과 벽 사이에 설치된 수도관이 방울방울 새거나 결로현상으로 인해 오랫동안 서서히 젖은 석고보드면에 생긴 곰팡이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단열재(Insulation)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열재는 보온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반면 스며든 물이나 습기를 원활히 배수 혹은 배출시키지 못하고 안에 간직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곰팡이 증식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단열재의 방열 혹은 방한능력 또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내부누수로 인한 문제는 외부의 빗물누수로 인한 곰팡이 증식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알려져 있다. 겉으로 드러난 병보다 속병이 더 문제가 되듯이 비올 때만 발생하는 빗물누수와는 달리, 보이지 않는 실내에서 서서히 지속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누수문제는 벽이나 마루를 뜯어내고 당장 수리없이는 곰팡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겨운 당면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곰팡이는 이래저래 틈만 있으면 어김없이 출현한다. 푹푹 찌는 한 여름 에어콘에서 새어나온 물로 인해 창문턱과 벽에 생기는 곰팡이는 에어콘을 끄자니 덥고 여하튼 골치 아픈 존재임을 부인할 수 없겠다.
곰팡이는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살아갈 수 없는 종속영양생물이다. 우리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간장, 된장, 고추장을 생산하는 필수적인 미생물이기도 하다. 치즈는 물론이요 때로는 소시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균사이기도 하다. 이 뿐만 아니라 인류를 구원한 대표적 약물중의 하나인 페니실린도 푸른곰팡이를 이용해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안에서 흔히 목격되는 대표적인 곰팡이는 흑색곰팡이다. 습기를 유별나게 선호하고 공중에 부유하는 곰팡이 포자 중에서 제일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서식처로는 환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욕실, 지하실, 벽, 목재, 싱크대 등으로 천식 등의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킨다.
곰팡이와 천식원인의 관계가 밝혀진 상황에서 뻔히 보이는 곰팡이를 그대로 방치하기란 쉽지가 않다. 천식이 있는 사람은 곰팡이로 인해 더 악화될 수 있고 멀쩡한 사람에게 천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곰팡이증식이 불가능한 집을 건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곰팡이는 지구가 생긴 이래 실내는 물론 실외에서 인간과 공존해온 생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중에 떠돌아다니는 곰팡이균이 집과 우리의 호흡기관을 통해 쉽게 침투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집에 곰팡이가 존재함으로서 생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집의 구조물을 썩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생활 속에서 음식물, 섬유, 목재 등 인간의 의식주생활이 필요한 유기화합물을 이용하고 있다. 자연세계에서 곰팡이는 유기물을 썩게 하여 청소하는 역할을 아울러 수행하는데 이로 인해 집의 구조물조차도 썩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곰팡이를 예방하기위한 최선의 방책은 무엇인가. 물이 새고 있다면 당장 고치고, 습한 곳은 자주 환기시키며 곰팡이가 발생한 재료는 새것으로 바꾸어주고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도리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