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성장통

2013-10-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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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예리 / 샌프란시스코

얼마 전에 오래 연락을 못했던 친구와 만났다. 대학교 동창인데, 8-9년 연락이 끊어진 후 우연히 다시 만나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오랜만에 학창시절에 관한 수다를 떨었다.

헤어지기 전 그 친구가 나에게 고마운 얘기를 해줬다. “넌 참 변하지 않은 것 같다. 8년 전 좋았던 모습은 그대로인데, 그때 불안정했던 부분들이 많이 자리를 잡은 것 같아.”이 말이 나에겐 그 어떤 격려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마치, 지난 8년, 그리고 그 전부터 내가 끌고 왔던 내 안의 싸움이, 조금 인정을 받고 “그래 잘 버텼어” 하고 격려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대학시절 내 철없던 모습, 유약하여 힘들어 하던 모습들을 봐 왔던 친구이기에 더 고마웠다.

예전의 나는 너무 쉽게 상처를 받았고, 또 그 상처를 끝까지 놓지 못해 항상 괴로워했다.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지만, 사실 마음에 생기는 상처는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이겨내고 치유되려 끊임없이 내면에서 싸워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리고 그 싸움은 이기고 지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잘 버티고 잘 극복해내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끊임없는 과정 속에서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나를 자꾸 밝은 곳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요즘엔 이런 생각이 든다. 슬프고 아픈 상처도, 긍정적인 생각들로 감싸며 조금씩 마음을 앞으로 움직이면, 오랜 시간이 지나 돌이켜봤을 때 그 상처들은 흔적만 남고 치유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마치 얼음이 녹아 흔적만 남고 없어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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