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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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을 바꿔 보면 …

2013-10-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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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은석 / 가디나

아침산책을 나갔다가 핏불을 만났다. 어제 아침에도 봤던 개였다. 목줄도 보호자도 없이 혼자 어슬렁거리는 핏불을 보니 두려운 마음에 걸음이 멈칫 했다.

얼른 보기에 아직은 어린 개 같았다. 그러나 혹시라도 개가 나를 적으로 알고 공격하면 어쩌나 싶어 빨리 걷던 걸음을 느린 걸음으로 바꾸었다. 개를 피해 뛰면 오히려 개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두려운 마음을 진정시켜가며 그 자리를 벗어나자 위험한 개를 혼자 다니게 둔 개 주인에게 은근히 짜증이 났다.

그런데 어느 학생이 겁 없이 개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손을 내미는 순간 개는 겁먹은 얼굴로 꼬리를 밑으로 내리더니 피해 버렸다. 그 순간 전혀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입장을 바꾸어 보자는 것이었다.


이틀이나 계속해서 혼자 어슬렁거린다는 것은 개에게도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지 않겠느냐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핏불의 입장에 서 보았다. 주인이 버렸을 수도 있고 집을 잃고 헤맬 수도 있는 것이었다.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이틀을 굶었을 것이니 얼마나 배가 고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두려운 마음은커녕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흔히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보니 이해가 된다’고 말을 하면서도 진정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를 향한 잘못된 생각을 바꾸는 일에는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는 것은 나의 생각을 180도 바꿔 상대편의 입장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던 것을 상대편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깨우쳐준 핏불에 감사하며 내일 아침에는 개를 볼 수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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