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축제와 어머니

2013-10-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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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잔 / 수필가

가을 하늘만큼이나 높아진 마음으로 한인 축제에 참석했다. 이리저리 부스를 다니며 김밥도 사먹고 콜라도 마시면서 동심으로 돌아가 노래도 흥얼거려 본다. 처음 와 봤지만, 한국을 옮겨다 놓은 듯 익숙한 분위기에 이곳이 미국이란 것도 잊고 돌아보았다.

풍선을 가진 꼬마부터 연세가 드신 어른들 모두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밝은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허리가 구부정한 어머니를 정성스레 모시고 한 청년이 지나간다. 불현듯 엄마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도 오셔서 오손 도손 이야기도 하고 엄마 입에다 맛있는 붕어빵이라도 넣어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돈다.

멀리 사신다는 핑계로 함께 모시지도 못하고 이젠 몸이 약해지셔서 좋아하시는 사과도 갈아 드려야 겨우 드실 수 있는 기력이신데...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이면 자신의 노후를 보는 기분이라 싫어서 일부러 텔레비전을 크게 틀고 연속극을 보신다는 엄마. 자식이 많아도 행여나 의존심이 생길까봐 혼자 사시고, 자식들이 힘들어 할까봐 아프셔도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지” 하시는 엄마. 도와 드리지도 못하고 늘 마음만 찡하다.

인간은 때가 되면 본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자연의 이치. 오늘처럼 소풍 온 기분으로 한 세상을 살다가 가 버리는 게 인생이라면, 엄마가 원하시는 대로, 고통 없이 한 순간에 아침이슬처럼 가실 수 있길 바란다. 이제라도 못다 한 효도를 다 하도록 노력하련다. 내년 한인축제 때는 꼭 엄마를 모시고 와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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