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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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자연과 함께

2013-10-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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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예리 / 샌프란시스코

나는 내가 얼마나 자연과 떨어져 있는지 자주 잊어버리고는 한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다가 빌딩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하루 몇 번 보는 것이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것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 멀지 않은 곳의 농장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서야 내가 얼마나 자연과 떨어져 살고 있는지를 알았다.

추석을 맞아 풍물 굿을 하러 내려갔던 유기농 농장은 새소리와 닭장 안에서 뛰어다니는 닭들,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채소와 식물들, 맑고 시원한 공기가 반겨주는 곳이었다. 나도 모르게 편안해지고 여유로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역시 사람도 자연에서 온 존재라는 사실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다.

농장에 모인 이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농사일도 거들면서, 다들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감사하다’라는 말이었다. 이렇게 맑은 공기가 우리를 채워줘서 감사하고, 사람들이 정성들여 만든 음식과 싱싱한 채소가 있어서 감사하고, 언짢고 아픈 생각을 잊을 수 있는 이런 순간이 있음에 감사했다.

농장을 떠나며 왜 이렇게 자연과 떨어져 살았을까 후회가 찾아왔다. 가끔, 심호흡을 하듯, 내가 자연에서 온 존재라는 것을 다시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자연이 숨쉬는 곳에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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