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관심을 가지고 보는 드라마가 있다. 소아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굿 닥터’라는 드라마이다. 주인공인 시온은 자폐증을 극복하고 소아외과 의사가 되려고 최선을 다한다. 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참 많이 운다. 시온과는 다르지만 언어지체아인 둘째 아들 생각에 많은 부분이 공감되어 눈물을 거둘 수가 없다.
아들은 두 살이 되어서도 몇 단어 밖에 말을 못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데 남들은 남자아이들은 원래 말이 느리다고 쉽게 이야기했지만 엄마인 나는 참 많이 걱정이 되었다. 아이가 말을 못해 놀림을 받고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할 때면 마음이 많이 아팠다.
드라마 중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응급 상황과 그 상황을 지켜보는 부모들을 볼 때면 작년 여름 아들이 새벽에 의식을 잃어 낯선 미국 응급실에서 하루를 시작하던 날을 다시 기억하게 된다. 주사 바늘을 찔러도 울지 않고, 엄마가 불러도 대답도 하지 않고, 엄마를 알아보지도 못하며 한참을 깨어나지 않던 아들을 보며 난 제발 살려 달라고 울며 간절히 기도했었다.
다행히 아들은 잠시 후에 깨어났고 이후 입원하여 이런 저런 검사를 받다가 아들에게 유전자 결손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나의 태도는 많이 달라졌다.
“얜 다른 아이들과 같은데 말을 잘 못해” 라고 생각하던 것을 “얜 특별하기 때문에 말이 느린 거야. 그래서 특별하게 가르쳐야 해”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일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 수요일 난 다시한번 응급실에서 아침을 맞았다. 전날부터 감기에 걸렸는지 아들은 밤새 열이 오르내리다 새벽에 다시 열이 올라 해열제를 먹이려 하는데 또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우리 부부는 아들을 데리고 응급실로 향했고 반나절을 응급실에 있었다.
응급실, 인간 존재의 나약함과 마지막을 기억하게 하는 곳이다. 응급실 문을 나오며 난 아들과 나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이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요즘 아들은 말도 많이 늘고 학습에 대한 호기심도 많아졌다. 아직 또래와는 다르지만 아들은 자신만의 단계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