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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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를 부끄럽게 하는 자들

2013-10-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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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성매매 행위로 한인 여성들이 무더기로 체포됐다는 기사를 읽었다. LA 같은 큰 도시뿐만 아니라 지방의 작은 마을에까지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조직망을 수년간의 추적 끝에 검거한 성과라고 했다.

그 기사를 보자니 문득 오래전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1980년 11월의 어느 날, 저녁 늦게 올림픽 가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였다. 다른 식탁에 앉아있던 어떤 여자 손님이 종업원에게 택시를 불러줄 것을 부탁하였다. 곁에는 딸처럼 보이는 열살 남짓한 백인혼혈 여자아이가 있었다.

밖에서는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고 손님이라야 우리 셋이 전부였다. 종업원은 어디엔가 전화를 걸더니 통화가 안 되니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후 재차 시도를 하더니 똑같은 말을 하였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나는 한인타운이면 내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제안했고 그 여자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여자가 사는 곳은 버몬트와 선셋 근처의 아파트였다. 그 여자는 나에게 수고비를 주려 했고 거절하자 들어가서 차라도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파트의 거실은 가구라고는 거의 없고 소파와 조그마한 식탁이 전부였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을 때 그 여자는 나를 보며 “선생님은 내가 무엇 하는 여자로 보이느냐?”고 물었다. 뜻밖의 질문에 “글쎄요. 눈치가 빠른 저도 알아맞추기가 어려운 데요” 했다.

사실 그 여자는 일반주부와는 다른 인상을 주었지만 어떤 직업의 여자인지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 여자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요즈음 한인들로부터 욕 많이 먹고 있는 마사지 팔러의 포주입니다. 한인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지요. 그러나 비록 부끄럽게 돈은 벌지만 다른 사람들을 속이거나 해치며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그러면서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쌓였던지 가진 것 없고 별다른 기술 없는 사람이 외국 땅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그동안 수없이 잡혀가고 벌금을 물었지만 이 장사가 돈벌이에는 최고라며 몇 년 고생하면 상당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니 그때는 좋은 사람 만나 조용한 외진 곳에서 살고 싶다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런 성매매뿐만 아니라 도박과 마약, 밀수, 허위광고 같은 불법행위가 우리 한인들을 낯 뜨겁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인 모두를 부끄럽게 만들고 한인사회를 우습게 만드는 자들은 따로 있다. 바로 일부 한인단체의 임원들이다. 그들 중에는 한인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한다고 내세우는 자들이 많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실상은 자신들 감투나 챙기고 패거리 지어 서로 싸움질이나 하는 것이 주업이다. 그들의 행태를 보면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고 득 보다는 해가 되는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 몇몇 소수 때문에 한인들은 외적으로는 타민족에게 도매금으로 창피를 당하고 내적으로는 한인사회에 대한 실망과 자괴감에 빠지고 있다. 그런 단체들은 정관도 없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자질이 턱없이 모자란 자들이 십 수년 계속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합법적 비영리단체라면 어째서 회계보고를 밝히지 않는지 도대체 복마전과 다름없다.


그런 인사들이 계속 남아 단체를 좌지우지하는 한 한인사회의 알력과 균열은 그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눌러 앉아 있을수록 한인사회의 발전은 더뎌지고 혼탁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름 없는 마사지 팔러 주인도 한인사회에 미안한 줄 알고 동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자칭 한인사회에서 이름께나 있다는 인사들이 양식도 체면도 없으니 안타깝다. 이제 그만큼 오래 자리를 누렸으면 한인단체의 세대교체를 위해서도 제발 그만 물러났으면 좋겠다.


<조만연 수필가,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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