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또 국회 막말… 김진태 의원 자질이 의심스러워

2013-10-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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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한 여성 정치인이 부적절한 관계에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요지는 ‘채 전 총장이 (내연녀로 지목된)임모씨와 관계가 틀어진 이유는 임씨가 채 전 총장과 모 여성 정치인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모 야당 중진 정치인은 채 전 총장의 인사청문회 이전에 이미 혼외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연히 민주당은 발끈했고 본회의장은 크게 술렁였다.

김 의원의 이날 발언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국회 긴급현안질문이란 주요 현안에 대해 국회가 정부에 질문을 하는 자리다. 그런데 김 의원은 느닷없이 채 전 총장과 여성 정치인의 관계를 들먹였다. 진위와 상관없이 채 전 총장 사퇴 문제와 전혀 동떨어진 사안이고, 정부가 답을 할만한 성질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근거도 없고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 ‘아니면 말고’ 식의 낯 뜨거운 발언일 뿐인데, 김 의원은 이를 국민이 주시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버젓이 쏟아 냈다.

당사자의 명예와 관련된 사생활 문제라면 일반인들도 공개된 자리에서는 가볍게 언급하지 않는다. 그런데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이 전직 고위공직자와 야당 정치인을 겨냥한 음습한 의혹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기한 점은 심히 유감이다. 우리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면서 국회를 희화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 정치인과의 관계를 운운했다는 점에서 여성비하 논란까지 불렀다. 당장 민주당 여성대변인 배재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여성 정치인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며 테러를 했다”고 공박했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저질 발언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역대 국회마다 특정인에 대한 모독성 발언에서부터 ‘카더라 통신’을 이용한 무책임한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윤리특위는 국회를 오염시키는 이 같은 언행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면책특권 뒤에 숨어 계속되는 국회의원 저질 막말 행진을 중단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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