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중은행 폭리 수단으로 전락한 총액대출

2013-10-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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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총액한도대출(총액대출)을 턱없는 고리로 운용해 폭리를 취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총액대출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일정액의 자금을 낮은 금리로 제공하면, 은행은 여기에 자기 자금을 더해 중소기업에 저리로 대출토록 용도가 지정된 자금이다. 그런데 최근 이재성 새누리당 의원이 밝힌 데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이 자금을 연간 1.0%의 금리로 공급받은 뒤 기업엔 평균 5~6%로 대출했다. 은행들의 부당 영업은 물론, 정책금융 감독부실 책임 역시 엄중히 따져야 할 문제다.

현재 총액대출 운용 규모는 연간 12조원이다. 무역금융과 신용대출 등 6개 지원 대상에 대해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 주면, 실적에 따라 한은이 은행에 0~1%의 초저금리로 대출자금을 공급하는 식이다. 당연히 해당 지원대상 대출금리는 일반대출보다 낮아야 한다. 하지만 무역금융 총액대출 금리가 중소기업 대출 평균금리 4.9%보다 0.23%포인트나 높은 5.13%인 걸 비롯해 다수 총액대출 금리가 터무니없이 높게 매겨졌다. 은행들의 고질적인 ‘고무줄 가산금리’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총액대출이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 대출자금으로 전용된 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은행들이 대기업에 대출한 뒤, 한은으로부터 저리의 총액대출자금을 받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로 허위 보고했다가 적발된 금액도 상반기에만 하루 평균 491억원에 달했다.

한은은 은행 대출액 중 한은 총액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무역금융 9% 등)에 불과해 총액대출 자금 공급금리 1%에 비해 폭리를 매겼다는 주장은 오류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지원대상 중소기업의 신용등급 및 담보 유무 등에 따라 창구금리가 달라지는 만큼 일률적 판단이 어렵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바로 그런 논리야말로 거꾸로 갖은 이유를 붙여 부당한 가산금리를 매기는 은행들의 고질적인 행태에 편승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총액대출제 개선을 약속했지만, 그것이 은행들의 부당 영업과 감독 부실을 덮고 넘어가는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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