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을 축제와 어머니

2013-10-0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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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잔 /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가을 하늘만큼이나 높아진 마음으로 한인 축제에 참석했다. 이리저리 부스를 다니며 김밥도 사먹고 콜라도 마시면서 동심으로 돌아가 노래도 흥얼거려 본다. 처음 와 봤지만, 한국을 옮겨다 놓은 듯 익숙한 분위기에 이곳이 미국이란 것도 잊고 돌아보았다.

풍선을 가진 꼬마부터 연세가 드신 어른들 모두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밝은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허리가 구부정한 어머니를 정성스레 모시고 한 청년이 지나간다. 불현듯 엄마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도 오셔서 오손 도손 이야기도 하고 엄마 입에다  맛있는 붕어빵이라도 넣어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돈다. 이제 얼마나 더 사실 수 있을까... 멀리서 사신다는 핑계로 함께 모시지도 못하고 이젠 몸이 약해지셔서 좋아하시는 사과도 갈아 드려야 겨우 드실 수 있는 기력이신데...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이 되면 자신의 노후를 보는 기분이라 그게 싫어서 일부러 텔레비젼을 크게 틀고 음악과 연속극을 보신다는 엄마, 자식이 많아도 행여나 의존심이 생길까봐 혼자 사시고, 자식들이 힘들어 할까봐 아프셔도 “괜찮아,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지" 하시는 엄마, 도와 드리지도 못하고 늘 마음만 찡 하게 사는 부족한 딸...

세월이 가면 또 못다 한 효도에 가슴을 치며 후회를 하겠지... 인간은 때가 되면 저항할 기력 없이 본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자연의 이치, 오늘처럼 소풍 온 기분으로 한 세상을 살다가 가 버리는 게 인생이라면, 엄마가 원하시는 대로, 고통 없이 한 순간에 아침이슬처럼 가실 수 있길 바란다. 이제라도 못다 한 효도를 해드릴 수 있게 노력하련다.  내년 한인축제 때에는 꼭 엄마를 모시고 와야겠다고 다짐한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노래도 들으실 수 있게, 아니 못하는 내 노래라도 불러드리며 더 늦기 전에 “사랑해, 엄마!" 하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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