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림이 있는 산문] 최 정 l 여자, 어머니

2013-09-2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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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암 드 쿠닝은 20세기 초에네델란드에서 태어나 후일, 뉴욕에서 성공한 추상표현주의 화가이다.

현대미술의 초입의 풍조가 그랬듯이 그 시절에는 우선 남이안한 주제를 붙잡고 온 힘을 다해 그리고 뭉개고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그림이 살아있고 독창적이고 힘이 있는 그림으로 어필했던 것 같다.

당시 완전추상이 대세였던 그바닥에서 드쿠닝은 여자라는, 조금은진부한 주제를 갖고 줄기차게 그려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내 성공한화가다. 미술사 중심에이름을 남겨놓았을 뿐아니라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서보통 사람들이 일생에 걸쳐 힘겹게 장만해 내는 단 하나의 집값이 무색하게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그의 그림이 팔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여라도 내게그의 그림을 소유할 천운이 주어졌다 하더라도 나는 얼른 뛰어가서 로트코의 그림과 바꾸려 들것 같다.


그의 그림 속 여인들은 한결같이 꿈에라도 나올까 겁난다. 무섭게 부릅뜬 눈, 함지박을 엎어놓은듯한 두 가슴, 웃는다고 하는 게그런건지 이빨을 들어내고 입이찢어져라 입꼬리를 들어올린 연지 짙은 입술, 산발을 한 머리 꼬라지. 아마도 그는 여자나 혹은어머니에 대한 치명적 상처를 갖고 있는 건 아닐른지. 여자를 그런식으로 표현해 내는 사람은 과연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어떤이미지를 지니고 있는걸까.

최근 각계의 여류들이 자신의어머니에 대해 너무도 적나라하면서 한편으론 정말 진솔한 추억들을 모아논 글을 접할 기회가있었다.

그 글을 쓴 몇 명의 유명 인사들은 세상에서 거의 신성한 타부라고 제쳐둔 어머니라는 신성한성곽안의 아픈 갈등을 용감하면서도 겸손하게 자신의 상처와 함께 써내 나는 그 글을 읽으면서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중에도 오정희 라고, 재활의학 교수라는 분의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그 분의 글 속에는 내가 늘 꿈속에서 그리며 동경하던, 우리네어머니의 엄하면서도 자상한 모습, 잠든 아이들을 하나, 하나 짚어가며 경건히 기도하는 모습, 어려운 살림속에서도 불평없이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몸 아끼지않고 거두는 모습, 그런 것이 아지랑이 같이 그려진다.

그 분 은자신의 어머니의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컸기 때문에 자라면서 한치의부족함도못 느꼈고또 그렇기때문에 어머니는 완벽한 줄 알았단다. 그런데 결혼할 때가 되어 원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반대하는 어머니의 뜻을이길 수 없어 어머니의 뜻에 따랐다가 결국 이혼으로 끝나고 왜어머니는 그런 결정을 내게 강요했었을까 하는 생각에 많은 갈등을 겪어 신경증 치료까지 받았단다.

종종 어머니가 벼랑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기도 하고 또 그런꿈을 꾸게 하는 자신의 무의식에죄책감을 느끼기도 하는 등, 힘겨웠던 사연을 말하는데 성장기에겪은 어머니와의 행복한 관계는마치 온 인생의 모든 역경을 이겨낼 완벽한 도구인 것으로 생각했던 내게 비록 어머니와 그토록좋은 관계속에서 성장기를 보낸사람이라 해도 살다보면 이런 식의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 거구나, 싶어 삶의 켜켜에 숨겨진 갖가지 복병이 참으로 불가사의하며 신비하게 느껴졌다.

어렸을 때 종이에다 초로 글씨를 써놓고 촛불에 비춰보며 마치삶의 비밀을 하나 하나 풀어가는 신비가 있는듯 재미있어 하기도 했는데 이즈음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매 삶의 발자욱이 마치창조주가 미리 새겨놓고 덮어둔길을 표징을 하나 하나 벗겨가며따라가야 했던 정해진 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참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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