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를 앞두고 미주한인남침례회 버지니아지방회(회장 김상기 목사)가 12일 “영적 혼합주의인 WCC를 단호히 거절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인 언론에 광고 형식으로 발표된 성명서는 “WCC(World Council of Churches)는 복음을 훼손하고 영적인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사로 간주한다”며 “크리스천들에게 동요 없이 신앙의 순수성을 지켜달라고 당부한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지방회 직전 회장인 안효광 목사는 “얼마 전 열린 총회에서 WCC 부산총회에 대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뜻이 모아졌고 47개 소속 교회를 대표해 성명서를 내게 됐다”며 “앞으로 사태의 추이를 계속 지켜본 뒤 필요하면 추가 성명서 및 지침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WCC 부산 총회는 상임위원장을 맡은 김삼환 목사가 밝힌 대로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 경색된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개최된다. 그러나 한국 일부 교단의 큰 반발을 불러오고 이번에 미남침례회 소속 버지니아 지방회까지 성명서를 낼 정도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는 뭘까? 반대 입장에 있는 교계 지도자들은 “기독교 신앙의 근본을 혼란시키는 다원주의가 WCC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포용이라는 구실 아래 다른 종교를 인정함으로써 유일한 구원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공동선언문 채택
복음주의 교회들의 가장 중요한 핵심 교리라고 볼 수 있는 ‘유일한 구원자 예수’에 대한 다른 시각과 인본주의, 공산주의, 동성연애 등을 수용하는 WCC의 입장은 부산총회 유치 결정 때부터 심각한 쟁점이 됐다. WCC 총회 유치를 반대하는 쪽에 선건 아무래도 보수 계열의 교단이었다.
이에 2013년 1월13일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 총무 김영주 목사, WEA 총회 준비위원장 길자연 목사,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는 공동 선언문을 발표해 WCC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측을 무마시키려 했다.
선언문은 “종교 다원주의를 배격한다”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 외에 구원이 없음을 천명하며, 예배는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주라고 고백하는 자들만이 드릴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초혼제와 같은 비성경적 종교 혼합주의 예배 형태는 함께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공산주의, 인본주의, 동성연애 등 복음에 반하는 모든 사상을 반대하고 ‘개종 전도 금지주의’도 따를 수 없으며 성경 66권은 특별 계시로서 무오하며 신앙과 행위의 최종적이고 절대적인 표준이라고 천명했다.
양측에서 제기된 비판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복음주의 교회의 신앙 고백을 그대로 따르는 듯한 선언문을 두고 부산총회를 반대하는 측이 결성한 ‘WCC 대책위’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WCC의 조직과 정신이 태생적으로 복음주의 교리와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에큐메니컬 진영도 “당장 공동 선언문을 파기하라”며 비판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KNCC의 회장 김근상 주교도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서명자 가운데 한 명인 김영주 목사도 공동선언문 파기 선언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남침례회 버지니아지방회는 다원주의를 늘 표방해왔던 WCC가 과거와 전혀 달라진 점이 없다는 판단이다.
안효광 목사는 “김삼환 목사가 ‘내가 WCC가 무엇인지 알았겠느냐’고 말한 것처럼 한국의 많은 교회들이 안일하게 부산 총회를 바라보고 있다”며 “한국의 침례교회들은 발을 빼 다행”이라고 말했다.
WCC 부산 총회 내용
한편 보도에 따르면 WCC 부산총회는 개막식에서 교황,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아웅산 수지 여사 등이 축하 인사를 할 예정이며 매일 예배와 성경공부가 진행된다.
교회 갱신과 한반도 평화 등 21개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에큐메니컬 대화’에서는 WCC의 향후 8년의 정책을 결정하며 마지막 날 선언문도 채택된다.
한편 총회 참석자들은 평화열차를 타고 10월6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을 출발해 러시아와 중국을 거쳐 부산에 도착할 예정이며 현재 열차가 평양을 통과할 수 있도록 북한 당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