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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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 한다고 의대·법대 가면 성공 보장?

2013-09-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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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공선택 때 고려사항들

▶ 자신의 장단점과 관심분야 파악 최우선 ‘어떤 일을 하고 싶나’관련된 학문 선택 성격적 특성과 잘 맞아야 커리어도 성공

전공을 정하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의 비율이 80%에 달하는 가운데 대학생들이 보통 전공을 3~4번 정도 바꾸면서 아까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젠 전공 선택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공을 정하지 않고 대학에 입학했어도 만약에 의대, 법대, 약대, 치대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최소한 1학년부터 과목선택 때에도 관련 과목을 많이 수강함으로써 본인이 원하는 분야의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일찍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다양한 교양과정을 섭렵하는 것은 전인교육에는 도움이 되지만 결코 전공을 찾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미 각 학문분야에 관한 상당한 영역에까지 지식을 갖추는 것이 현재 교육의 현실이다. 오히려 이 과목 저 과목을 수강하면서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계획을 준비한 사람들이 훨씬 더 명확하게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혹시 자신이 생각하고 결정했던 전공이 후에 본인과 맞지 않아 바꾸는 한이 있어도 너무 늦게 결정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

■먼저 나는 누구인가를 알아야 한다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한 말은 자신의 전공을 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다. 백지 위에 나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 지 써본다. ‘어릴 때 어떻게 놀았는가?’ ‘무슨 일에 관심이 많았는가?’ ‘해도 해도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했던 일이 무엇인가?’ 등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스스로 정리를 한다.

사색에 잠겨서 자신을 생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부모나 친구에게 나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물어본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 지 깨닫게도 된다. 예를 들어 탐정소설이나 추리소설을 밤새도록 읽었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고 재미가 있었다면 경찰이나 수사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영화를 여러 차례 보면서 이 각도 저 각도로 다각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면서 평가하는 것에 흥미가 있었다면 영화평론가적 기질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근거해서 자신이 수강하는 과목이 정해진다.

특히 대학에서 ‘학업적 적성’을 스스로 판단해 본다. 이공계, 경영, 인문, 사회계열 등에서 각각 요구하는 수학추리, 언어추리, 기계추리, 시각지각, 공간지각, 청각지각력, 장·단기 기억능력 등 자신의 전공분야가 요구하는 학업적 적성을 갖추고 있는 지 스스로 판단한다. 고등학교를 거쳐서 대학에 입학했다면 본인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적성검사의 도움도 받을 수 있겠지만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자신의 성향과 능력을 파악한다면 전공을 결정하기는 의외로 쉬워진다. 대학은 젊은이들에게 많은 도전을 허용하며 이 기간에 본인의 가능성과 잠재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간혹 학생에 따라서 ‘특정 과목은 취약하다’라고 스스로 단정 짓고 그 분야에 도전하기를 포기하는 데, 본인의 학습 지능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없이 섣불리 이런 결론을 내리고 도전해 보지 않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수학에 약해’ ‘영어에 약해’라고 자신에 대한 판단을 내린 다음 그 다음부터 해당과목을 멀리하고 등한시하면서 이러한 과목을 필요로 하는 전공분야를 피해 다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학생은 자신이 잘못 내린 판단으로 본인의 교육 목표 및 진로 설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어떤 직업에 관심이 있는가를 살펴본다


어떤 특정 직업에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가 알아보도록 한다. 존 홀랜드 박사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직업 및 교육적 적성과 맞지 않는 직업이나 교육환경에서는 항상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탐색하게 되어 있다.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분야에서 결코 만족할 수 없어 늘 다른 기회를 찾고자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이야기이다.

특정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교육은 대학원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대학 교육은 대학원을 위한 준비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럴 때 대학에서의 전공이나 목표가 좀 더 쉽고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학 교육과는 달리 대학원 교육은 직업과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의과대학원을 최종 목표로 정했을 경우에는 대학에서 또 다른 방황은 불필요해지며 대학 1학년부터 의대에만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면서 대학원에서의 전공을 정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그리고 명확하게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성격 및 행동 특성을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대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전문 직업 교육에서는 학업적 적성보다는 성격 및 행동 특성이 성공여부를 판가름하게 된다. 그 이유는 대학원에 오는 학생들은 거의 모두 학업적으로 상위 10위권 이상에 들어 있는 학생들이기에 학업적 성취도는 이미 판가름이 나 있는 상태이다.

성격검사 등을 통해 외향성·내향성, 불안·확신 강인함·부드러움, 독립성·의존성, 절제력·분방함 등 프로파일을 밝혀서 개인의 강점과 약점을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이밖에 행동 특성 프로파일을 살펴본다. 즉 자존감, 정서적응성, 사회적응성, 감정표현력, 감정판별력, 감정통제력, 공감력, 지도자적 자질, 창의성, 창의적 성취도 등에서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그 직업과 나와 잘 맞는 지를 확인해본다

인턴경험 등을 통해 실제로 그 직업과 내가 전공하려는 학문이 일치하는지 살펴본다. 결국 이러한 자신의 성격 및 행동 특성을 파악하고자 하면 인턴이나 현장경험을 통하여서 자신의 성격과 하고자 하는 일이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비록 법률회사나 의료기관에서 인턴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변호사, 의사들이 하는 실질적인 업무라고 보기 어렵기에 인턴 경험만으로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특히 자신의 성격적 특성에 대해서 정확하게 분석하도록 한다. 대인관계에서 내 주장을 명확하게 내세울 줄 아는지, 자신과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서 비평적으로 또는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을 때 어떤 기분이 들며 다른 사람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말을 해올 때 어떠한 감정 상태에 빠져드는지를 분석한다.

가령 의사라는 직업을 수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복잡다단하고 치열한 직업환경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지, 그리고 동료 레지던트와의 갈등이 생길 때 과연 어떻게 반응하는 지, 주임교수로부터 부당하다고 느껴질 만큼의 압력이 있을 때 어떻게 현명하게 상황을 풀어나가는 지 등의 요소는 강의실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현장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자신이 풀어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면 그 분야에 도전해도 된다.

변호사라는 직업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이 자신과 정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했을 때 이를 어떻게 반박해서 자신의 논리로 끌어들여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지 혹은 법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정연하게 전개할 수 있는 지도 중요하다. 강의실에서 교수와 토론했던 것과는 또 다른 험난한 현실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으면 자신에게 공격적인 검사와 우호적이지 않은 배심원등 변호사가 직면하는 실상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자신의 성격적 특성을 올바르게 파악해서 자신을 끊임없이 가로막고 나서는 새로운 도전이나 장애를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력을 길러야한다. 자신의 성격적 특성을 명확하게 분석해서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리처드 손 임상심리학 박사는 “한인 학부모들이 자녀가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무조건 법대나 의대에 진학해서 무사히 졸업한 후 성공적인 커리어를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원을 졸업한 후 냉정하고 험난한 직업세계에서 자녀가 이를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지 냉철하게 판단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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