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을 보는 두 가지 시각
2013-09-23 (월)
전직 언론인 이광영씨가 쓴 ‘검찰총장의 낙마’란 제목의 지난 18일자 한국일보 기고를 읽으니 채동욱을 바라보는 시각이 두 가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씨는 조선일보의 채동욱 혼외 자식 은폐 주장을 권력과 언론이 공모한 쇼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채군의 신분 노출은 시간문제였을 뿐, 부지런한 기자라면 충분히 얻어낼 수 있는 사항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씨는 또 작년 대선 기간 중 국정원 직원에게 ‘선거개입’을 지시한 것은 당시 국정원장 원세훈이라며 채동욱 검찰총장이 그를 기소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박 정권이 채동욱을 몰아내려고 한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국정원 선거개입’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에 올린 댓글 때문에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낙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글은 그녀를 지지하는 글보다 훨씬 많았고 내용도 잔혹했다. 댓글 때문에 문재인이 100만표 차이로 낙선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침소봉대의 극치라는 게 내 생각이다.
미 안보국(NSA)은 작년 대선 때 전 국민의 전화통화 내역과 이메일 내용을 전부 다 들여다 보았다. 일부 NSA직원이 롬니 공화당 후보 비방 댓글을 달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나 NSA를 비난 하는 여론은 거의 없다. NSA가 테러 예방 조치로 전 국민 전화를 엿듣고 이메일을 엿보았다고 하자, 미국민은 거의 모두 수긍하고 있다.
국정원도 북한 인터넷 매체들의 악의에 찬 선동과 소위 종북좌파들의 발악적 인터넷 글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댓글 좀 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야당과 반박(反朴)세력은 이것을 선거개입으로 몰아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광영씨는 채동욱을 정직하고 정의로운 검찰의 화신처럼 미화하고 있다. 그러나 채동욱은 국정원 댓글을 선거개입으로 침소봉대하는 자들의 앞잡이가 되어 다음 총선에서 야당 국회의원이 되려는 기회주의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채동욱을 실패한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챔피언으로 보느냐, 아니면 박근혜 반대세력이 심어놓은 ‘트로이 목마’로 보느냐 하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차츰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