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눈물의 추석 달

2013-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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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병은 / 자영업

형님 네 분, 누이 네 분이 위로 있는 나는 9남매의 막내다. 나와 아내는 두 아이들을 데리고 수십년 전 어느 해 10월, 추석을 이틀 앞두고 한국을 떠나 브라질로 향했다.

대륙을 건너 캐나다 토론토에서 하룻밤을 자고, 친구 부부가 구경시켜주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장대한 자연에 말을 잃었다. 그날 저녁 추석을 하루 앞두고 적도 너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이륙하자마자 잠들었다. 어딘지 모르는 상공을 지날 때 눈이 떠졌다. 깜깜한 기내에 굉음은 요란해도 모두가 잠에 빠져 있었다. 나는 남들이 잠에서 깰세라 조용히 커튼을 올리고 밖을 보니 크고, 맑고, 밝은 달이 내 눈을 가리듯 앞에 있었다.

추석이라고 부모님 집에 우리 형제들, 조카들 모두 모였을 텐데, 나 없다고 부모님이 얼마나 마음 아파하실까. 부모님께 하직 인사하러 갔을 때 입술이 뒤집혀 우시던 어머니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흘렀다. 주름진 손으로 맛있는 걸 해 놓으시고 동기들에게 많이 먹으라고 내 놓으시면서 겉으로는 나타내시지 않으시겠지만 나 없다고 속으론 얼마나 우실런지 생각하니 눈물이 소낙비가 돼 흘렀다. 명절을 피해 한국을 떠나 멀리 가는 길에 만난 그날 그 추석 달은 나에겐 눈물의 추석 달이었다. 해마다 추석만 되면 그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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