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싸리울을 오르던/박 넝쿨이/초가 지붕위에/은빛 달덩이로 영글고//하늘에는/팔월 한가위/한 아름 보름달.//헤어져 서러웠던 사람들/살아보려 땀에 젖은 사람들/뜻을 펴려 달려가던 사람들//저들의 간절한/기원과 소망이/강강술래/둥근 추석 달로/산하에/가득 차오르는/이 저녁//외지에서/또 하나의 고향을 심던/분주한 발길들이/추억을 찾아서//옛 마을/고샅을 들어서면/여기저기서/정인(情人)을 부르는 소리.//오늘은/너와 나도 말미 잡아/이 가을에/처음 만난 연인처럼/삶에 해진 옷일랑/갈아입고/팔월 한가위/윤기 흐르는 보름달을/가슴 가득 안아보자.//필자의 시 ‘추석 달’ 전문이다. 팔월 보름은 우리 민족 전통의 고유명절 추석이다. 추석의 유래는 2,000년 전 신라 유리왕 때부터라고 전하는데 유리왕은 백성들이 기쁜 마음으로 살기를 원해 ‘도솔가’를 지어 부르게 하고 부녀자들에게는 베틀 짜기를 시켰으며, 햅쌀로 송편을 빚고 쇠고기전과 햇과일로 조상들께 차례를 지내고 축제를 베풀었다 한다.
또 임금과 문무백관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부녀자들은 베를 짜며 밤이 새도록 강강술래와 흥겨우면서도 애조가 띈 회소곡(會蘇曲)을 부르며 질탕하고 흥겹게 즐겼다고 한다. 이들은 보름달인 만월은 어두움을 몰아내는 광명의 빛으로 여겼으며 그중에 제일은 팔월 보름달로 생각했다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중국 유학의 영향을 받아서 공자의 가르침인 충과 효에 정성을 다했고 사장지례(死葬之禮)와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중요시하였다. 특히 신라의 화랑도가 계명으로 지켜온 세속오계(世俗五戒)중 임금에게 충성하는 사군이충(事君以忠)과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친이효(事親以孝)를 화랑은 물론 군자와 덕인이 지켜야할 제일의 덕목으로 가르쳤다.
그런데 같은 한문 문화권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살고 복을 많이 받고 강건하고 평안하기를 바라는 수복강녕(壽福康寧)을 제일의 덕목으로 삼아 왔는데 중국에서는 복을 많이 받고 오래살고 강건하고 평안하기를 바라는 복수강녕(福壽康寧)을 기원하는 것을 보고 퍽 놀랐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보다 이들의 사고방식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만인지상이라는 임금도 40세를 넘기기가 힘들어 우리나라는 무조건 오래 살기를 바라서 수(壽)자를 먼저 넣은듯 하고, 중국인들은 돈을 신(神)처럼 믿는 백성들이라 가난하면서 오래 사는 것보다 부자로 알맞게 사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고방식에서이었을 성 싶다. 등걸 없는 회초리가 어디 있겠는가? 부모의 몸을 비러 세상에 나온 우리들, 조상과 부모는 우리들의 뿌리요, 영원한 고향이다.
선인들께서 우리들에게 일러주신 소중한 말씀 가운데 ‘나무에 올라서면 밑뿌리가 있는 것을 생각하고, 물을 마시면 샘의 근원을 생각하라’는 말씀이 있다. 지상의 일회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주어진 삶을 가치 있게 살기 위하여 존재의 근원을 생각하고 기초를 바로 세워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도 신앙의 자유를 찾아 영국을 떠나 포도주를 실어 나르던 메이플라워 낡은 배를 타고 미국 동부 케이프카드 항에 내린 102명의 청교도들이 첫 농사를 지어 얻은 곡식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 추수감사절이 있다.
지금 이 시각 그리운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정든 친구들을 만나고 그리고 조상님들께 차례를 올리고 성묘를 하려고 선물 꾸러미를 챙기고 붐비는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가는 국민들의 모습이 아름아름하다. 이 시각 인적이 드믄 간이역 코스모스 길녘에서 그리운 자식들과 형제들, 그리고 친구들을 기다리는 보름달 같이 둥근 눈망울들, 모두가 하나같이 행복하기를 기원한다.